이번주 프린스턴을 찾는 연사들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화려한 라인업
팟캐스트 아메리카노2020을 시작하고 유튜브도 열었다가 영상, 오디오 대신 글을 쓰는 게 제게 잘 맞는 옷이라는 생각에 넓은 의미로 블로그라고 부를 수 있는 플랫폼에 처음 글을 쓴 건 브런치였습니다. 사실 팬데믹 때 뉴욕에 있으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미국의 민낯을 고발하는(?)” 형식의 에세이로 써서 책으로 엮어보려다 백신이 나오고 바이러스가 (적어도 겉보기엔) 잠잠해졌을 때까지 글을 다 쓰지 못해 실패했었죠. 그랬다가 한 번 숨을 고르고, 써뒀던 글이 아까워 이 중에 살릴 수 있는 건 살리고 새로 덧붙일 글감, 소재, 단상들을 모아두자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한 게 브런치였습니다.
진득하지 못한 성미 탓인지 꾸준히 일을 ‘해내는 데’ 서툰 탓인지 하찮은 필력만 깨닫고, 매일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가는 능력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갖출까 말까 한 훈장 같은 능력인지 알게 됐습니다. 원고는 또 완성하지 못했고, 결국, 계약은 파투가 났습니다.
그러다 예전 직장이었던 SBS에서 연락을 받아 스브스프리미엄에 2년 가까이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에 관한 맥락, 배경을 짚는 해설을 쓰기도 했었죠. 이것도 즐거운 경험이긴 했는데,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골라 “내 글을 쓴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들을 방황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서브스택을 열고 팟캐스트도 올리지만, 주로 글을 써서 올린 지 이제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서브스택 계정을 만들어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2024년이지만,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요즘도 미국 정치 팟캐스트 하니?”라고 물어볼 때 “아니, 요즘엔 팟캐스트는 많이 못 올리고 서브스택에서 뉴스레터 보내고 글 써.”라고 답하기 시작한 건 아무래도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2025년부터인 것 같습니다. 2024년에는 미국 대선이 있던 해인 만큼 팟캐스트/유튜브에 힘을 많이 줬던 해였죠.
“프린스턴에서 온 편지”라는 이름은 전에도 언급했듯이 보스턴 칼리지 역사학자인 헤더 콕스 리처드슨 선생님의 서브스택 “Letters from an American”의 오마주인데요,
미국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관한 뉴스레터가 주인공이지만, 가끔 저와 짝꿍 유혜영 교수가 프린스턴에서 사는 이야기도 전하는 게 목표였고, 그중에는 프린스턴에서 동네 사람들에게도 개방하는 수준 높은 대중 강연을 꼬박꼬박 듣고 그 얘기를 전하려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초청을 받아 강연하러 오는 이들의 면면은 내로라하는 석학들과 커다란 발자취를 이미 남겼거나 앞으로 남길 게 분명한 위대한 사상가들, 각 분야의 슈퍼스타들까지 정말 화려합니다. 감히 말하자면, 프린스턴이 아닌 다른 어떤 대학 타운도 이러한 라인업을 갖추지 못할 겁니다. 아니면 프린스턴에는 이런 게 아니면 즐길 거리(?)가 없다는, 어쩌면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나는 지점일 수도 있겠네요.
욕심만큼 많이 쓰진 못했지만, 그래도 몇몇 강연은 듣고 정말 인상 깊어서 여기에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님 강연이 대표적이었죠.
이 밖에 도둑맞은 자부심(Stolen Pride)을 쓴 아를리 혹실드 교수님이 오셨을 때도 강연에 이어 운 좋게 사회학과 교수님들 저녁식사 자리까지 함께 따라 갔었고, 그 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유혜영 교수가 번역판의 추천사까지 쓰게 됐죠.
오늘은 예전에 들은 강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이번 주에 어쩌다 보니 꼭 가고 싶은 강연이 세 개나 몰려 있어서 그 얘기를 하나씩 다 글로 쓰겠다는 약속을 해놓으려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써두면, 나중에 바쁘다고 건너뛰거나 글 한 편에 다 묶어서 쓰자는 제 안의 게으름뱅이가 보내는 속삭임을 차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우선 내일(월)은 벌써 여기서도 여러 번 언급한 “브레이크넥”을 쓴 댄 왕이 프린스턴에 옵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교한 통찰에 정말 수없이 무릎을 치며 읽은 책을 쓴 저자라 무척 기대가 됩니다.
7일(화)에는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인 앤디 김 의원이 옵니다. 저도 궁금한 게 많지만, 강연에 올 프린스턴대학 학생들이나 교수, 교직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가 어쩌면 더 궁금합니다.
그리고 9일(목)에는 어쩌면 개인적으로 가장 설레는 행사인데, 정세랑 작가가 북토크를 하러 옵니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모두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읽은 것들은 다 정말 좋아하는데, 며칠 전에 동네 한국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저 포스터를 보고 신나서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ㅎㅎ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은 “시선으로부터”는 역시나 좋고, 언젠가 한국 서점을 어슬렁거리다가 작가 이름만 보고 집어들었던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한국판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설렜는데, 두 번째 책도 나왔었네요. 알았다면 겨울에 잠깐 한국 갔을 때 사 오는 거였는데, 아쉽습니다.
아무튼 정세랑 작가님 북토크까지 총 세 명의 연사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소화해서 글로 남겨보겠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란 전쟁 소식에 장황한 예고편에 비하면 개점휴업 중인 탈라리코 이야기도 틈틈이 써둬야 할 텐데,, 더 열심히 쓰고 또 쓰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알았으면 봄방학이기도 해서 프린스턴 내려가보는건데, 아쉽! 5시면 너무 빡빡한데 시간이 ㅋㅋ 댄왕 인터뷰 데일리에서인가 팟캐스트로 들었는데 말투가 너무 차분해서 내용만큼이나 인상깊었는데요.. 근데 미리 신청 안하고 그냥 워크인으로 저런 강의 가도 되나요?
메일 확인하면서 편집장님의 생생한 글 기다립니다~~ 지치지 마시고, 즐겁게 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