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에서 온 편지를 처음 시작했을 때 팟캐스트/유튜브 아메리카노에서 나눈 이야기의 배경, 자료, 관련 기사 등을 소개하는 담벼락으로 쓰는 게 물론 첫 목적이었지만, 프린스턴에서 일상도 틈틈이 전하고픈 마음이 있었습니다.
일단 미국 온 지 10년도 더 넘어 (짝꿍은 17년 만에@0@) 처음으로 마당이 딸린 집에 살고 보니, 철마다 바뀌는 자연의 모습부터 감동이었습니다. 뒷마당에 피는 꽃도 예쁘고, 새소리도 귀를 즐겁게 해주지만, 문 열고 나가면 바로 닿는 캠퍼스도 매번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답습니다. 살살 뜀박질해 가면 영화 “오펜하이머” 첫 장면에 나오는 고등연구원 호수에 아인슈타인이 거닐었다는 산책로도 나옵니다.
사시사철 자연의 풍광도 풍광이지만, 프린스턴에서만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지적인 삶’의 수준도 엄청났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걸 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학교에 직접 적을 두고 있지 않은 저 같은 학교 구성원의 가족들도 가서 들을 수 있는 대중 강연이 정말 많은데, 거기 오는 연사들의 면면이 매번 슈퍼스타였습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에 채이는’ 동네다웠습니다.
그 강연에서 들은 얘기만 편지에 담아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실제로 감명 깊게 들은 강연도 꽤 많았는데, 이를 자세히 담은 편지는 아직 제대로 발행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오래 미뤄둔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어제 다녀온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의 강연 “여성은 어떻게 승리했는가(Why Women Won)”에서 들은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되새김질해 전합니다.
골딘 교수는 노동 경제와 경제사를 연구하는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최초 여성 단독으로 수상했습니다. 골딘 교수의 제자이자 프린스턴 경제학과 교수인 레아 부스탕 교수의 소개 멘트가 재밌었습니다.
어느 한 분야의 슈퍼스타가 되면 풀네임 말 안 해도 그냥 이름만으로 통하죠. 특히 연예계 보면 마돈나, 비욘세, 아델처럼요. 이분을 소개할 때도 굳이 이름을 다 부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클라우디아 타임입니다!
뒤이어 화려한 조명이나 두구두구두구 등장 음악이 깔려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어서 갑자기 분위기가 좀 싸해졌지만, 골딘 교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연단에 올랐습니다.
골딘 교수가 필생의 연구를 녹여낸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2022년, 아메리카노 팟캐스트 세 번째 시즌에서 무려 네 편에 걸쳐 함께 읽었죠. 책 이야기는 해당 팟캐스트를 다시 들으시는 게 가장 정확할 겁니다. 서브스택 페이지에서도 아메리카노의 예전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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