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쩌다 아무것도 못 짓는 나라가 됐을까?
중국계 캐나다인 기술분석가 댄 왕의 통찰 "Breakneck"
역시 후진국에 있다가 선진국 오니까 공항철도부터 인프라가 차원이 다르군!
뉴욕 살 때 케네디 공항(JFK)에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을 날아 인천공항에 내리면 짝꿍과 하게 되는 첫마디는 늘 같았습니다. 공항철도 타기 한참 전부터 공항 곳곳에서 마주하는 확연한 차이를 그냥 지나치기가 더 어렵죠. 순식간에 끝나는 입국 수속, 착오 없이 착착 나오는 수하물과 구석구석 청결하게 관리된 공항까지. 미국과 한국의 하드웨어 인프라 수준은 정말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가망 없는 미국의 공공 인프라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곤 했습니다.
사실 케네디 공항까지 가는 것부터가 고생길입니다. 맨해튼에서 케네디 공항까지 약 20km 되는 거리를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뉴욕 지하철로 가는 건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솔직히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한 번 케네디 공항으로 짝꿍을 마중 나간 적이 있습니다. 짐이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 봤는데…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열다섯 번 정도 했고, 실제로 다시는 공항까지 지하철로 가지 않습니다. 서울로 치면 김포공항에 해당하는 라과디아 공항(LGA)까지는 지하철이 아예 닿지도 않습니다. 언젠가 지하철이 뚫릴 거란 이야기가 있긴 한데, 21세기 안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버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는데, (시간대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1시간 반 정도가 걸리고, 최소 $100는 내야 합니다. 14만 원.
반대로 인천공항에서 서울 부모님 댁까지는 50km나 되는 거리지만, 약 5천 원이면 공항철도에 지하철,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쾌적하게 갈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가도 1시간 반이면 너끈히 도착하죠. 돈도 돈이지만, 인프라의 수준 차이 때문에 뉴욕에서 서울로 오는 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중교통 인프라만 놓고 보면 뉴욕은 많이 봐줘도 1980년대 수준입니다. 그보다 더 오래됐다고 해도 믿을 만큼 낡은 뉴욕에 있다가 한국에 오면 하룻밤 사이에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저희만 그런 줄 알았는데, 유혜영 교수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친구들도 꼭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팩트입니다.)
그런데 제가 늘 하는 저 말과 꼭 같은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을 한 권 알게 됐습니다. 책 서문에 이어지는 본문 1장 두 번째 문단의 첫 두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번 캘리포니아에서 홍콩이나 상하이로 날아가면, 미국에선 꿈도 못 꿀 “제대로 작동하는 인프라” 앞에서 잠시 당혹스러울 만큼 놀라곤 한다.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빠르고 쾌적한 지하철로 가면 된다. ‘굳이 우버를 왜 타?’하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 아시아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저와 생각이 어쩜 이렇게 비슷한지 신기한 이 책은 댄 왕(Dan Wang)이란 기술분석가(technology analyst)가 쓴 “Breakneck”입니다. 지난 7월에 나온 신간인데, 즐겨듣는 복스 팟캐스트 중 하나인 션 일링의 그레이 에이리어(Grey Area) 팟캐스트에서 저자 댄 왕과의 인터뷰를 듣고 재밌을 것 같아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앞부분만 읽은 상태에서 이 책은 이미 저의 “올해의 책 유력 후보”에 올랐습니다. 책의 전체 리뷰는 (책을 다 안 읽었으니) 아직 못 쓰지만, 지금까지 읽은 내용과 팟캐스트의 인터뷰를 듣고 느낀 감상을 섞어 프리뷰 정도는 써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글 타래를 열었습니다.
짝꿍 유혜영 교수가 여름에 섣불리(?) 자신의 ‘올해의 책’으로 꼽은 “어번던스” 문제를 댄 왕이 직접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책 곳곳에 어번던스와 똑같은 지적과 고민이 묻어나는 만큼 나중에 유혜영 교수와 함께 이 책을 팟캐스트에서 리뷰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