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테러 센터장 사임의 변
마가 음모론자가 내린 결론도 "이번 전쟁은 처음부터 이스라엘을 위한 전쟁"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인터뷰를 번역하던 중에 어제 트럼프 행정부의 대테러 센터장 조 켄트가 사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 가운데 이란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에 반대해 자리를 내려놓은 인물 중에는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켄트가 원래는 1월 6일 의사당 테러를 (바이든 행정부의) FBI가 조작했다거나 2016년 대선에 러시아 정부가 해킹해 개입한 혐의는 날조라는 등의 음모론을 지지해 온, 대표적인 마가(MAGA)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임은 전쟁을 둘러싸고 마가 진영 내부에서 점점 심화하고 있는 분열을 보여줍니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이든 행정부가 초래한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당시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였던 J.D. 밴스, 또 터커 칼슨을 비롯한 마가 진영의 쟁쟁한 논평가들이 입을 모아 비판한 것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일이었습니다. 남의 나라 전쟁에 왜 미국인한테 써야 할 돈을 그렇게나 많이 쏟아붓느냐는 거였죠. 지난해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에 불러서 카메라 앞에서 다그치며 망신을 주는 쇼를 연출했을 때 앞장섰던 것도 밴스 부통령이었다는 사실 기억하실 겁니다.
마가 진영이 일관적인 모습을 보이려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전쟁을 비판해야 합니다. 이란과 또 한 번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을 벌인 게 만약 민주당 행정부였다면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고, 공화당 전반과 마가 진영 안에서 이번 전쟁을 비판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터커 칼슨이었습니다. 일관성 있는 모습은 칼슨을 다시 보게 하는데, 언젠가 소개하려고 프린스턴에서 온 편지 글감 모음에도 작성중인 글에 넣어둔 이 인터뷰가 떠오릅니다.
사실 이번에 사퇴한 조 켄트 대테러 센터장은 터커 칼슨과 아주 가까운 사이입니다. 칼슨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켄트를 배신자이자 유대인 혐오주의자로 몰아세우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그를 옹호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용감한 사람입니다.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최고 수준의 기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직장을 떠났는데, 신보수주의자들은 이제 그 점을 빌미로 그를 파멸시키려 할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어쨌든 그렇게 했어요.
조 켄트는 사임의 변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긴 공개서한으로 대체했습니다. 오늘은 다른 것보다도 이 편지를 번역해 같이 읽어보는 것으로 스스로 분열하고 있는 마가 진영의 속사정을 갈음해보려 합니다. 편지의 초벌 번역은 앤트로픽의 클로드에게 맡겼고, 제가 다시 표현과 자구를 다듬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님께,
오랜 고민 끝에 저는 오늘부로 국가 대테러 센터의 센터장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양심상 지금 우리가 이란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그 강력한 미국 내 로비 세력의 압력 때문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2016년, 2020년, 2024년 선거운동에서 내세우셨던 가치관과 외교 정책을 지지하며, 대통령께서 첫 번째 임기에 이를 잘 실행하셨음을 압니다. 2025년 6월까지만 해도, 대통령께서는 중동에서의 전쟁이 우리 애국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국가의 부와 번영을 갉아먹는 함정임을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첫 번째 행정부에서 대통령께서는 근래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도 끝없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군사력을 단호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잘 아셨습니다. 카셈 술레마니를 제거하고 IS를 격퇴함으로써 이를 증명하셨습니다.
이번 행정부 초기, 고위 이스라엘 관리들과 영향력 있는 미국 언론인들은 대통령의 훌륭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끊임없이 훼손하고 이란과의 전쟁을 부추기는 여론을 조성하려고 허위 정보 캠페인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이 반향실(echo chamber)은 귀하를 속여 이란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며, 지금 공격하면 신속한 승리로 이어지는 명확한 길이 있다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거짓이었으며, 이스라엘이 우리를 이라크 전쟁이라는 재앙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전술입니다. 그 전쟁으로 우리 국민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이 실수를 반복할 수 없습니다.
11번의 전투 파병을 경험한 참전용사로서, 그리고 이스라엘이 만들어낸 전쟁에서 사랑하는 아내 섀넌을 잃은 전사자 유족, 남편으로서, 저는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주지 못하고 미국인의 희생을 정당화하지도 못하는 전쟁에 다음 세대를 싸우고 죽으러 보내는 것을 도저히 지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해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 주시길 간청합니다. 지금이 과감한 행동을 취할 때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방향을 바꾸고 국가를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실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가 더욱 쇠락과 혼돈으로 빠져들도록 내버려두실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건 대통령님 손에 달렸습니다.
귀하의 행정부와 우리의 위대한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었습니다.
조셉 켄트 국가대테러 센터장




이메일 정말 잘 썼네요. 영어 공부 자료로 참고 해야겠어요. 전에 캐나다 총리 연설도 진짜 수십번 읽었는데 …그건 정치인이 어떻게 말을 다이렉트하게 강한 단어를 가능한 자제하면서도, 클리어하게 자기 생각을 (지식인? 내지는 정치인으로서) 전달하는가에 대한 좋은 본보기라는 측면에서였는데, 전 이 사람 이멜이 더 맘에 드네요, 짧고 클리어 하고 한장으로 딱. 왜 모르는 단어도 없는데 나는 저런 글을 못쓰는가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