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 아메리카노를 진행하고 있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송인근입니다.
미국 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대선은 제게는 미국에 와서 보는 네 번째, 짝꿍인 유혜영 교수에겐 다섯 번째 대선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이번엔 도저히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예측이 늘 맞았다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미국 언론이 하는 예측을 열심히 보고 적은 탓(?)에 2016년엔 저희 둘 다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경험이 아메리카노2020을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죠.)
경합주 7곳의 판세가 하나같이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어떤 조합이 나오더라도 다 말이 되는 상황이라 더 그렇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이버매트리션, 통계 전문가, 포커 선수, 여론조사 분석의 대가 등 여러 수식어를 달고 사는 네이트 실버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이 화제가 됐습니다. 제목에는 “그 누구의 직감, 촉도 믿지 마세요. 심지어 제 말도요”라고 써놓고, 본문에는 “정 제 느낌이 궁금하시다면, 트럼프가 될 것 같긴 하다”는 한 문장을 슬쩍 끼워뒀습니다. 실은 ‘슬쩍’이라기보다 정확히 노린 지점에 자연스럽게, 하지만 노골적으로 배치한 문장이었습니다.
‘대목’ 선거철을 맞아 네이트 실버가 블로그에 꾸준히 쓴 분석과 전망을 종합해 보면, 실버도 50:50, 박빙의 선거를 예상합니다. 특히 경합주 가운데 배정된 선거인단이 19명으로 가장 많은 펜실배니아가 박빙 중에도 초박빙이라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할 후보를 정확히 맞추는 일은 지금으로선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런데도 중요한 순간에 이목을 확 끌고, 언제 그랬냐는 듯 슬쩍 빠지는 것까지 잘하는 실버답습니다. 제게는 그런 능력이 없어 늘 하던 말을 지루하게 또 반복하고 말았지만, 실버의 칼럼을 분석하고, 여전히 안갯속인 대선 구도를 짚은 글을 스브스프리미엄에 썼습니다.
이번 대선은 50:50?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뜻밖의 변수는..."
불법 이민자 관련 음모론의 대표적 온상 된 X 사주 일론 머스크
머스크는 대선을 앞두고 불법 이민자와 부정선거에 관한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일론 머스크가 X에 올린 글들을 전수 분석했다.
머스크는 X(구 트위터) 계정을 2011년부터 쓰고 있는데, 올해 들어 이민과 관련한 게시물이 가장 많은 주목을 끌고 퍼져나갔다. 머스크는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면서도 이모티콘이나 짧은 반응으로 음모론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머스크의 계정은 X에서 단연 가장 영향력이 큰 계정이다.
과거에는 ‘중도적인’ 입장을 보였던 머스크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의 당선에 “올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머스크는 2023년 텍사스주의 한 멕시코 국경 지역을 방문해 이민자 유입을 비판한 이후,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불법 이민자들이 투표용지 대규모 조작과 부정선거에 동원됐다는 트럼프 측의 근거 없는 주장과 맞물려 다시 확산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영향력이 단순한 온라인 반응을 넘어 미국 정치와 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우려한다.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공약, 건설업계와 경제에 큰 부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공약(오로라 작전)이 건설업계와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본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도, 피해 복구에 필요한 노동력도 이미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 지역에서 이민자들은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텍사스에서는 건설 노동자의 약 절반이 합법적인 체류 비자를 갖추지 않은 이민자로 추정된다. 이들을 추방하면 건설 비용이 오르고 건설 계획이 지연될 수밖에 없으며, 건설 업체들에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자연히 집값도 오를 것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추방 공약이 실현되면, 특히 지난달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본 지역의 복구 작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미국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약 1/4이 외국 출신 이민자다. 이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복구 속도가 늦어지고 비용은 자연히 늘어나 경제적 피해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편 콜로라도 주지사 제러드 폴리스(민주당)는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국토안보부와 FBI의 제한된 인력으로 (트럼프가 주장하는) 대규모 추방은 실현하기 어렵다면서, 이민자 추방에 경찰 등 법집행 인력을 투입하면 오히려 범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억만장자와 금권 선거
일론 머스크, 이번 선거에서만 최소 1억 3,200만 달러 기부: 머스크는 이번 선거에서 단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의 슈퍼팩 아메리카팩(America PAC)은 경합주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을 동원하고 젊은 남성 유권자의 지지를 독려하는 광고를 적극적으로 펼치며 트럼프뿐 아니라 공화당 후보들을 안팎에서 지원하고 있다. 머스크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후원금의 액수와 후원자 숫자에서 해리스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트럼프에게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억만장자 사이에선 트럼프가 더 인기: 머스크 외에도 공화당의 주요 후원자로는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 블랙스톤 회장, ‘카지노 황제’인 고 셸던 아델슨의 부인 미리엄 아델슨(Miriam Adelson), 힐콥 에너지의 창업자이자 소유주 제프 힐드브랜드(Jeff Hildebrand), NFL 뉴욕 제츠 구단주 우디 존슨(Woody Johnson IV),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지분 15%를 가진 제프 야스(Jeff Yass) 등이 있다. 이들은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다양한 슈퍼팩에 거액을 기부해 부족한 선거자금을 채웠다. 트럼프의 슈퍼팩은 페이스북 공동 창립자 얀 쿰, 오라클 CEO 사프라 카츠, 얄레인 공동 창립자 엘리자베스 유라인으로부터도 수백만 달러를 기부받았다.
해리스의 억만장자 후원자들: 해리스를 지지하는 부자들도 있다. 페이스북 공동 창립자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전 CEO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넷플릭스 회장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등이 대표적이다.
두 캠프의 전략 차이: 트럼프 캠프는 주로 억만장자 후원자들의 후원에 의존해 유권자를 동원하고 있지만, 해리스 캠페인은 소액 기부자들이 더 많고, 현금 유동성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경합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독려하는 활동에 필요한 인력과 자금 경쟁에선 해리스가 앞서 있다.
‘큰손 끝판왕’ 머스크의 예산 삭감 계획은 성공할까?: 거액을 후원하는 억만장자들의 존재는 선거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당선되면 정부 예산을 삭감하고 효율성을 증대하는 위원회의 수장으로 머스크를 임명할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위의 기사 참조) 머스크는 실제로 미국 연방 예산을 지금보다 2조 달러 줄일 수 있다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도 예산 삭감 계획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이만한 예산을 줄이려면 사회보장,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주요 복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삭감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치는 정치적 반대와 의회 승인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단점정부가 아닌 분점정부가 되면 거의 불가능하다.)
대선 결과가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
대형 은행: 미국 대형 은행들에 요구되는 자기자본 비율은 곧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해리스가 당선되면, 바젤 III 기준이 도입돼 대형 은행의 자기자본 요건이 9%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 규제는 유예되거나 완화될 전망이다.
헬스케어: 의료보험 회사들은 오바마케어 보조금의 연장 여부에 따라 매출이 수십억 달러씩 늘거나 줄 수 있다. 해리스는 보조금 연장을 지지하고, 트럼프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보험사와 병원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가 당선되면 제약회사들은 약값을 인하하거나 저렴하게 유지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산업: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은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철회될 위험이 있다. 트럼프는 “EV 정책 폐지”를 약속했다가 일론 머스크가 지지를 선언한 뒤로는 전기차 규제 관련 발언을 대폭 누그러뜨렸다.
소매업: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소매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의류와 전자제품 등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제품 비용이 증가하고 소비자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해리스는 특정 분야와 제품에 대한 규제에 중점을 두고 소매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석유, 가스 산업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기반의 규제를 완화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지원을 대폭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석탄 및 가스 발전소 규제 완화로 화석연료 업체들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