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 아메리카노를 진행하고 있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송인근입니다.
원래는 지난주에 녹화해 올리려던 뉴스 해설의 대본이자, 지난번에 쓰려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 바람에 못 쓴 글을 다시 쓰려고 마음을 다잡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사이에 또 이런저런 뉴스가 쏟아져서 며칠째 글을 묵은지처럼 묵혀뒀다가 이제야 간신히 마무리를 짓습니다.) 의회 선거에 관해 오늘 쓰는 이야기는 내일 팀 월즈와 J.D. 밴스의 부통령 후보 토론 이후 해설 영상에도 같이 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일에는 보스턴에서 “아메리카노의 정신건강 전문가(!)”이자 저의 절친인 예일대학교 정신건강 의학과 나종호 교수를 만나서 인터뷰 영상을 한 편 찍었습니다. 지난달 미국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인 비벡 머시 박사가 육아하는 부모의 스트레스에 관해 발간한 보고서가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머시 박사는 글도 잘 쓰는데, 보고서를 펴낸 뒤 뉴욕타임스에 직접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오디오만 편집한 팟캐스트는 올려놓았고요. 팟캐스트 에피소드 제목은 “전문가 인터뷰(나종호): 부모를 위한 정신건강 이야기”라고 담백하게 썼는데, 나종호 교수님이 대화 중에도 언급하신 “적당히 좋은 부모,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육아”를 지향하는 “good enough parenting”이라는 말이 요즘 우리에겐 특히 귀감이 될 것 같아서 유튜브 영상 소개에는 그 점을 부각해 봤습니다.
영상 올리기 전에 글을 먼저 올리려던 계획이 틀어져 영상이 업로드됐습니다.
광고 하나만 더 할게요:)
영화에 대한 조예는 얕디얕은 저지만, <씨네 21>은 좋아하는 영화 잡지인데요, 여기서 원고 청탁이 와서 2024년 미국 대선 관전 포인트를 정리한 글을 써봤습니다. 특히 매체가 매체인 만큼 할리우드와 미국 대선의 상관관계에 대해 써봤습니다. 두서없이 보낸 초고를 잘 다듬어주시고 앞뒤로 참고할 만한 자료, 기사를 붙여 근사한 기획 기사를 꾸려주셨습니다. <씨네21> 편집부에 감사드립니다.
아, 벌써 이야기가 새다니, 오늘은 진짜 뉴스는 죄다 뒤로 빼고, 경합주, 경합 지역, 경합 동네, 경합 투표소에서 치열하게 진행되는 선거 이야기, 그중에서도 대선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글의 제목처럼) 어쩌면 대선보다 더 중요한 상·하원 선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바로 시작하시죠.
의회 선거, 왜 중요한가?
지난 대선 후보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말 중에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말이 많았다. 자기한테 불리한 화제는 재빨리 돌리며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려 했다는 점에서는 트럼프와 해리스가 똑같았지만, 해리스의 ‘말 돌리기’가 전반적으로 좀 더 자연스러웠달까.
실은 사실관계를 따져볼 가치조차 없는 가짜뉴스, 음모론을 자꾸 들먹이는 바람에 해리스의 약점을 파고들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걷어찬 트럼프가 스스로 무너진 토론이기도 했다. 물론 트럼프는 자신이 토론에서 졌다는 사실을 여전히, 아마도 영원히 인정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트럼프가 ‘맞말’을 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프로젝트 2025에 언급된 임신중절 전면 금지(abortion ban)에 관한 토론 중 나온 장면이 그랬다. 해리스가 “당선되면 임신중절을 전면 금지하는 연방법에 서명할 계획이 있는지, 이 자리에서 밝히라.”고 몰아세우자,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이 자리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어요. 생각을 해봐요. 어차피 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의회 양원 중 한 곳이라도 민주당이 다수당 되면 법이 통과되지도 않을 텐데, 대통령 집무실까지 오지도 않을 법에 서명을 하니 마니 그걸 지금 얘기하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괜히 정치적으로 논쟁을 만들기 위한 공격 좀 그만하세요!
정확한 워딩은 좀 달랐지만, 아무튼 공격해 오는 상대방의 정곡을 역으로 조리 있게 찌른, 훌륭한 답변이었다. 사실 임신중절권은 트럼프에게 아주 불리한 주제다. 집권 중에 보수 성향 대법관을 세 명이나 임명하면서 대법원의 이념 구도를 “보수 6:3 진보”로 바꿔 임신중절권을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명시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반세기 만에 폐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 바로 트럼프다.
미국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임신을 계속하거나 중단하는 문제를 정부가 개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데 대한 반감이 훨씬 크다. (자세히 따져보면 복잡한 문제지만)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유지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폐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두 배 정도 많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보통 대선이 없는 중간선거에서는 ‘여당 심판’ 정서가 지배적인데, 지난 2022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얻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임신중절권 문제와 관련해 ‘투표용지 효과(down ballot effect)’가 크게 나타난 곳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효과는 아래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해리스는 트럼프의 약점을 공략했다고 생각했겠지만, 트럼프는 해리스가 원하는 대로 말려들지 않고, 답변 자체를 피함으로써 이 주제에 관해서만큼은 ‘싸우지 않고도 이겼다.’
트럼프가 상기한 중요한 사실은 미국에서 법을 만드는 건 대통령/행정부가 아니라 의회/입법부라는 점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건 법을 제정하고 인사를 검증하며 행정부, 사법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다수당이 누가 되느냐다. 트럼프의 논리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해리스와 민주당은 나를 마치 임신중절을 아예 못 하게 막으려는 사람으로 몰아세우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임명한) 대법원은 임신중절권을 폐기하는 판결을 내린 적이 없다. 그 중요한 문제를 연방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건 월권이니, 원래 헌법의 취지대로 이 사안은 주 정부와 궁극의 권력 주체인 시민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본 거다. 실제로 대법원판결 이후 주마다 이 문제를 투표에 부쳐서 임신중절권을 주법에 명시한 곳도 있고, 그러지 않은 곳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를 주 정부와 시민들의 뜻에 맡기는 게 나는 지금도 더 낫다고 생각한다.
다음 회기에 의회가 다시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법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쪽 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선 법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설사 하원, 상원을 공화당이 다 장악해도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는 상원 60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없으니, 나를 가리켜 “임신중절권을 금지할 후보”라고 비난하는 거야말로 근거 없는 정치 공세고, 마녀사냥이다!
실제 속마음이 어떻든 공화당으로선 100점짜리 답변이었다. 동시에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의회 선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발언이기도 했다. 사실 미국 정치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기관은 대통령/행정부보다도 의회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짝꿍인 유혜영 교수가 늘 강조하듯 의회가 제정하는 법의 파급력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단점정부 / 분점정부
대통령이 속한 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같으면 이를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 반대로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당이 다르면 이를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면 단점정부는 여대야소, 분점정부는 여소야대다. 미국은 특히 의회가 상원과 하원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야당이 다수당이 돼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으면 분점정부로 분류한다. (역대 분점정부와 단점정부 상황을 정리한 위키피디아 페이지)
트럼프가 지적한 대로 이번 선거는 대통령뿐 아니라 상원, 하원 모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어느 쪽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 혹은 뒷면이 나올 확률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1/2) 단점정부가 되려면 세 번 연속 (대통령, 상원, 하원) 앞면이 나오거나 내리 뒷면이 나와야 한다. 그럴 확률은 1/8 * 2 = 1/4, 25%다. 나머지 75%는 모두 분점정부가 된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절대다수 의석 60석을 한 정당이 차지할 가능성은 이번 선거에서는 없으므로, 어차피 의회를 통과할 수 없는 법에 관해 미리 진을 빼며 토론하는 건 헛수고라는 트럼프의 말도 일리가 있다.
올해 상원과 하원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키워드를 각각 몇 개 뽑아 살펴봤다. 큰 그림에서 보면, 분점정부가 꾸려질 확률이 높긴 한데, 주요 경합주, 선거구별로 누가 의회에 입성하는지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다. 참고할 만한 훌륭한 웹사이트들이 많은데, 이번 글은 주로 “270 to win”이라는 사이트를 참고해 썼다.
상원
상원은 미국 50개 주에서 두 명씩 의회에 대표자를 보내 전체 의석이 100석이다. 상원의원 임기는 6년인데, 선거가 2년마다 있으므로, 선거 때마다 전체 의석의 1/3이 교체된다. 이번에는 원래 33석에 네브래스카주의 2년 남은 임기의 상원의원을 뽑는 보궐선거까지 총 34명의 상원의원을 새로 뽑는다. 이 가운데 23석이 민주당 또는 무소속이지만 민주당과 투표를 같이 하는 의원들의 자리고, 공화당 현역 의원은 11명뿐이다. 애초에 공화당이 ‘잃을 건 별로 없고, 빼앗아 올 게 많은’ 선거다.
상원 선거에서 눈여겨 볼 키워드는 “필리버스터”와 “인사청문회”다.
먼저 필리버스터는 상원에만 인정되는 제도로, 의원 한 명이 고의로 논의를 한없이 지연시킴으로써 궁극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치 행위를 뜻한다. 100석인 상원에서 최소 과반은 51석이지만, 소수당에서 “이 법은 내 숨이 붙어있는 한 절대로 통과 못 한다”고 마음먹은 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이론적으로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는 최소 과반인 51석이 아니라 절대 과반 60석이다. (예산안 등 일부 시간이 촉박하고 중요한 법안 처리는 필리버스터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처럼 민주당과 공화당의 인기가 양분된 상황에서 한쪽 정당이 상원에서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참고로 가장 최근에 상원 절대다수 의석을 포함한 단점정부 상황이었던 적이 2009년 7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약 6개월이었다. 당시 집권 초기 오바마 행정부는 이 금쪽같은 기회에 의료보험 개혁안인 부담적정보험법(Affordable Care Act, ACA, 다른 말로는 오바마 케어)을 통과시킨다. 진보 진영 사이에서는 더 많은 개혁을 이뤄낼 수 있던 귀중한 시기에 간신히 통과시킨 개혁이 오바마 케어 하나라며 박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 언젠가 망한다면 총기 또는 의료보험 때문에 망할 거라고 믿는 나는 단점정부 상황에서만 할 수 있던 개혁을 제때 해내서 의료보험의 보장을 받는 사람을 늘린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은 분명한 치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키워드는 인사청문회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토대로 설계한 미국 정치 제도에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행사하는 권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권이다. 행정부 주요 인사는 물론이고, 사법부의 핵심인 대법관을 포함한 연방 판사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에는 인사를 검증하고 청문회를 열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은 하원이 아니라 상원에만 있다. 상원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인사권이 날개를 달 수도 있고, 사사건건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상원의 현재 의석 분포는 51:49로 민주당이 아슬아슬하게 앞서 있다.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공화당이 아슬아슬하게 두 석을 빼앗아 와 아슬아슬한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은 지역구가 따로 없다. 주 전체가 의원 한 명을 꼽는다. 앞서 23석을 다 지켜야 다수당을 유지할 수 있는 민주당에는 쉽지 않은 선거다. 270 to win이 꼽은 치열한 상원 선거를 몇 군데 살펴보자.
민주당 → 공화당 예상되는 주
웨스트 버지니아(WV) - 현역 조 맨신 의원이 은퇴를 선언해 공석인 자리다. 공화당 짐 저스티스(Jim Justice) 후보가 민주당 글렌 엘리엇 후보를 넉넉히 앞서고 있다. 탄광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러스트벨트 지역인 웨스트 버지니아주는 오래전부터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이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 (대선에선 2000년부터 늘 공화당 후보가 낙승을 거뒀다.) 그런 주에서 민주당 소속의 조 맨신 의원은 정책적으로 자꾸 엇박자가 났지만, 상원에서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으로선 귀중한 의석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끝내 공화당이 의석을 가져가게 됐다.
몬태나(MT) - 몬태나도 대표적인 레드 스테이트다. 1976년부터 대통령 선거에서는 1992년을 제외하고 전부 다 공화당이 이겼다. 이런 곳에서 신기하게도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 무려 3선에 성공한 존 테스터 상원의원이 힘겹게 4선에 도전하고 있다. 테스터 같은 정치인이 지금껏 어렵지만 의석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지역구에선 지역의 의제를 가지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수록 지역 의제보다 전국적인 의제가 중요해지면서 테스터 같은 정치인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전직 네이비실 대원이자, 몬태나주에 10년 전에 이주한 38살의 젊은 후보 팀 시히(Tim Sheehy)가 상원 입성을 노리고 있다.
접전 속에 현재 정당이 의석을 지킬 것으로 보이는 주
애리조나(AZ) -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2년 전 탈당한 커스텐 시네마 의원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공석인 자리다. 민주당 루벤 가예고(Ruben Gallego) 하원의원이 TV 뉴스 앵커 출신으로 강성 트럼프 지지자인 케리 레이크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경합주인 만큼 전국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선거 중 하나다.
또 다른 대선 경합주에서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대체로 앞서 있다. 펜실배니아 밥 케이시(Bob Casey), 미시건 엘리사 슬롯킨(Elissa Slotkin, 현역 하원의원으로 상원 도전), 네바다 재키 로젠(Jacky Rosen)이 그렇다.
오하이오(OH) -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상원 선거다. 현역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의원이 4선에 도전하고 있는데, 주 전체가 보수 성향으로 돌아선 오하이오주라서 민주당 후보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공화당 후보 버니 모레노(Bernie Moreno)는 자동차 딜러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 출신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브라운 의원의 재선 결과에 따라 상원 금융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의 서열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바 있다.
공화당 → 민주당 … 민주당의 행복회로?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민주당 내에서 선거자금을 집중해 공화당 현역 의원의 아성에 도전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이 두 곳에서 민주당이 상원의원을 배출한다면, 상원의 다수당 구성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상당히 큰 파장이 예상된다.
플로리다(FL)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는 마라라고 저택이 있고, 드산티스 주지사가 인기를 끌면서 완연한 레드 스테이트가 된 플로리다지만, 릭 스콧(Rick Scott) 상원의원에게 데비 무카르셀파월 전 하원의원이 도전하고 있다. 여성 후보인 무카르셀파월은 임신중절권에 관한 주민투표가 민주당 후보에게 득이 되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
텍사스(TX) - 텍사스주는 분명 보수 성향이 강한 주지만, 도시에 사는 젊은 인구가 늘어나고, 라티노 이민자가 많아지면서 보수가 절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레드 스테이트라고 부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빨갛지도 파랗지도 않은 보랏빛 주라고 부르기도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어 보이는데, 그런 텍사스주에서 한때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뻔했던 거물 테드 크루즈(Ted Cruz) 의원에게 민주당의 콜린 얼레드 후보가 도전하고 있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2019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얼레드에게 민주당을 지지하는 큰손들이 후원금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얼레드가 처음으로 크루즈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기도 했다.
정리하면 공화당은 어렵잖게 민주당 의석 두 개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금으로서는 공화당 의석을 빼앗아 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상원 다수당은 공화당이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하원
미국 하원 의석은 인구에 비례해 435석이 주별로 차등 분배돼 있다. 하원의원 임기는 2년으로 선거 때마다 전원을 새로 뽑는다. 하원 선거의 키워드는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서곤 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과 투표용지 효과(down ballot effect)다. 2020년 센서스(인구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획정한 선거구에서 치르는 두 번째 하원 선거에서도 게리맨더링 혐의로 선거구가 공정하게 나뉘었는지 법정에서 다툰 사례가 많다. 하원 선거구는 평균 76만 명의 인구를 대표하는데, 선거구별로 정치적인 성향과 이슈가 달라서 경합주가 아닌 곳에서도 경합 선거구가 있을 수 있다.
게리맨더링에 관해서는 예전에 뉴스페퍼민트에 썼던 글을 참조하세요! (그때까지만 해도 단어의 어원이 된 매사추세츠 주지사 Elbridge Gerry를 제리로 발음하는 줄 알고 제리맨더링이라고 썼는데, 당사자가 자기 성을 게리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속속 보도된 뒤 게리맨더링으로 쓰고 있습니다:)
투표용지 효과란 한 투표용지의 다른 칸에 있는 선거가 투표용지 전체에 미치는 효과를 뜻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를 찍으러 투표장에 간 유권자가 다른 선거에서 후보를 잘 몰라도 공화당 후보를 찍는다거나 임신중절권을 주법에 명시하기 위한 주민투표에 의사를 표시하러 투표장에 간 유권자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는 데 앞장선 공화당 후보를 안 찍는 경우 투표용지 효과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여름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민주당은 여러 주에서 주 헌법에 임신중절권을 보호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이 문제 때문에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당초 언론에서 예상한 붉은 파도(red wave, 공화당의 압승을 의미)는 치지 않았다.
하원은 현재 공화당이 220석으로 아슬아슬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이다. 민주당은 212석, 공석 3석. 그런데 예상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당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소 의석수가 207석으로 같다. 나머지 21석은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중이다. 다른 주요 예측 사이트를 봐도 구체적인 숫자만 좀 다를 뿐 이번 하원 선거는 누가 이길지 모르는 접전인 건 마찬가지다.
하원은 정부 예산이나 세입, 세출 등 재정에 관한 권한을 쥐고 있으며, 대통령과 연방 판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를 탄핵할 권한도 갖고 있다. 하원 다수당의 리더는 하원의장이 되는데,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국의 권력 서열 세 번째(부통령의 다소 애매한 지위를 생각하면 사실상 넘버 투) 자리에 누가 앉느냐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접전이 펼쳐지는 하원 선거구 몇 군데를 짚어보자. 접전(toss-up)으로 분류된 곳도 21개로 너무 많아서 이 가운데 2020년 대선 또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득표율 차이가 1%P 이하였던 곳을 추렸다.
애리조나 1번 선거구 (AZ - 1)
애리조나 1번 선거구에서는 현직 공화당 의원 데이비드 슈바이커트(David Schweikert)와 민주당의 아미쉬 샤(Amish Shah)가 맞붙었다. 슈바이커트는 2022년 선거에서 0.9%P 차이로 승리했고,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1.5%P 차이로 승리한 곳이다.
슈바이커트는 세금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불법 이민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의사 출신인 샤는 의료 접근성 확대, 민주주의 보호, 교사 급여 인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애리조나 6번 선거구 (AZ - 6)
애리조나 6번 선거구에서는 공화당 현직 의원인 후안 시스코마니(Juan Ciscomani)와 민주당 도전자 커스틴 엥겔(Kirsten Engel)이 2년 전에 이어 다시 맞붙었다. 2022년엔 시스코마니가 엥겔을 50.7% 대 49.2%의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대도시 투싼이 포함된 이곳 선거구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0.1%P 앞섰다.
시스코마니는 투산시 히스패닉 상공회의소 부회장과 애리조나 주지사의 지역 및 국제 문제 수석 고문을 역임했으며, 공화당 내에서도 초당적 협력에 중점을 두며 전면적인 임신중절 금지 법안에 반대한다는 점을 광고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출신인 엥겔은 환경 문제와 의료 접근성 확대, 여성의 임신중절권 보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애리조나 남동부에 있는 6번 선거구는 지난 몇 년간 공화당이 우세했던 지역이지만, 민주당도 이 지역을 중요한 목표로 삼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13번 선거구 (CA - 13)
캘리포니아 13번 선거구에서는 현직 공화당 의원 존 두아르테(John Duarte)와 민주당 도전자 애덤 그레이(Adam Gray)가 다시 맞붙었다. 2022년 선거에서 두아르테는 불과 564표 차이로 그레이를 이겼다. 이는 지난 미국 하원 선거 중 두 번째로 접전이었던 선거구다. 두아르테는 이 선거구에서 1974년 이후 처음으로 승리한 공화당 의원이 됐다.
두아르테는 샌와킨 밸리 출신의 4대째 농부로, 물 공급 문제와 주거비용 절감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신을 지역 농업과 밀접한 후보로 강조한다. 반면, 그레이는 캘리포니아 의회에서 10년 동안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법 성과를 내세우며, 지역 경제와 의료 접근성 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선거구는 민주당 성향이 강하지만,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10.9%P 앞섰다) 두아르테의 2022년 승리로 인해 접전 지역으로 분류된다.
아이오와 3번 선거구 (IA - 3)
아이오와 3번 선거구에서는 공화당 현직 의원 잭 넌(Zach Nunn)과 민주당 도전자 라논 바캄(Lanon Baccam)이 맞붙었다. 두 후보 모두 군 복무 경력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넌은 감세와 국경 보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박캄은 의료 접근성 개선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강조한다.
이 지역은 공화당이 우세하지만, 2022년 하원 선거에서 0.7%P, 2020년 대선에서 0.3%P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곳이라 민주당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펜실배니아 7번 선거구 (PA - 7)
펜실베니아 7번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현직 의원 수잔 와일드(Susan Wild)와 공화당 후보 라이언 매켄지(Ryan Mackenzie)가 맞붙었다. 와일드는 2년 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2%P 차이로 이겼다. 이 지역은 펜실베이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경합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양당 모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0.6%P 표를 더 받았다.)
와일드는 자신의 의정활동을 강조하며 약값 인하, 메디케어 확대, 기후 변화 대응, 제조업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 반면, 매켄지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을 지지하며 인플레이션 해결과 국경 보안 강화 등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공략하고 있다.
여론조사와 자금 상황을 보면 와일드가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다. 와일드는 5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매켄지는 약 75만 달러를 모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