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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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대법원에서 좌초될까? (1/2)

'보수적인' 대법관들이 트럼프를 손절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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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근(아메리카노)
Nov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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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주는 여러모로 ‘쓰라린’ 한 주였습니다. 짐짓 태연한 척해도 ‘미니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아무리 민주당이 유리한 블루 스테이트에서만 선거가 치러졌다지만,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승리한 2024년보다 패배한 2020년에 가까운 표심을 보였습니다. 유혜영 교수가 한줄평으로 정리했듯 “민주당은 결과를 너무 확대 해석해선 안 되지만, 공화당은 또 선거 결과를 별것 아니라고 쉽게 일축해선 안 되는” 그런 선거였습니다.

'미니 중간선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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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근(아메리카노) and Hye Young You
·
Novembe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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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일요일 밤 민주당 상원의원 8명이 당론을 거슬러 공화당과 타협하면서 셧다운을 끝내는 길을 텄습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이번 주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켜 정부를 다시 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공화당은 지금보다 몇 배 더 큰 셧다운 책임론에 시달리게 됩니다.)

뜻밖의 타이밍에 다시 열리는 미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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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근(아메리카노)
·
November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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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뉴스레터에서는 “민주당이 어쩌면 전투에서 졌지만, 더 큰 전쟁(내년 중간선거)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뉴욕타임스가 비슷한 분석을 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두 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이번 타협안의 성적표는 얼마든지 새로 쓰일 수 있습니다.

사실 셧다운이 이렇게 끝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래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셧다운’은 “‘야당과는 어떤 협상도 없다’는 원칙을 앞세워 입법부 안에서 정치를 배제한 결과 오히려 트럼프가 스스로 놓은 덫에 걸린 꼴”이라고 평가하려 했습니다. 셧다운은 조만간 끝날 듯하지만, 숙의와 토론,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양보하며 절충안을 찾아가는 정치의 본질을 외면한 트럼프의 포퓰리즘적인 수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므로, 현재 119기 의회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할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임기 들어 사법부와의 관계도 망가뜨렸습니다. “임기 중 대통령이 직을 수행하는 중에 한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인정받아 ‘사전 셀프 사면’과 함께 시작한 임기답게 많은 사람이 우려한 대로 법과 관례를 수없이 어기고 허물어 가면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권한을 행정부 수장에 국한해 아주 보수적으로 해석하면 “입법부가 제정한 법을, 사법부가 해석하는 법의 한도 내에서 수행하는 행정부의 장”에 불과합니다. “행정부(Executive Branch)”라는 말의 뜻이 그렇기도 하죠. 물론 20세기 들어, 특히 2차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정당을 불문하고 행정부의 권한을 꾸준히 늘리고 넓혀 왔지만, 트럼프처럼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는 수준으로 권력 구조를 제멋대로 주무르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을 무시한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보통법(common law), 관습법 전통을 따르는 미국은 헌법 법전이 두껍지 않습니다. 대륙법 전통을 따르는 나라들의 헌법에 비하면 미국 헌법에는 훨씬 더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명제만 쓰여 있습니다. 법적인 다툼이 일어나면 법원이 헌법과 헌법을 바탕으로 제정한 법조문을 해석, 적용해 판결을 내립니다. 이전 판결인 판례는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판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있으면 또 소송을 통해 재판이 열립니다. 결국, 헌법을 어떻게 해석해 적용하느냐가 중요한데, 1803년 마버리 대 매디슨 판결 이후 헌법을 해석하는 최종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는 판례가 또 하나의 관습으로 굳어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법원은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 왕으로 군림하려는 트럼프에게 대체로 쉽게 길을 열어줬습니다.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한국 정당의 옛 총재처럼 자신한테 반기를 드는 의원들은 다음 선거 경선에서 반드시 떨어트리는 트럼프식 보복의 정치에 공화당 의원들이 눈치를 보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대법원마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미국 대법관을 비롯한 연방 판사들은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하므로, 한 번 임명되면 의회에서 탄핵하지 않는 한 해고할 수 없습니다. 평생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데도 이념적으로, 또 법리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가 같은 경우가 잦던 대법관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가로막고 견제하기보다는 길을 터주는 판결을 주로 내렸습니다. 자연히 현재 대법원을 향해 단순한 보수 우위를 넘어 트럼프 편, 심지어 “트럼프가 믿는 구석”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현역 대법관 가운데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이 가운데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임명했다. 사진=Koon Nguy / Vox

그런 대법원이 지난주 트럼프에게 사실상 처음으로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아니, 견제구 정도가 아니라 위협구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이 뚜렷하게 엇갈린 주제는 관세였습니다. 아직 판결이 나온 건 아니고, 지난 5일 구두변론이 열렸을 뿐인데, 대법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임기 들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관세가 합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청구인(petitioner)의 주장에 대체로 동조했고, 피청구인(respondent)인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정부 측 변호사는 대법관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관세의 어떤 면이 합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문제가 됐을까요? 오늘은 뉴욕타임스 아담 립택 기자가 뉴욕타임스 데일리 팟캐스트에 출연해 한 설명과 대법원판결만 집중적으로 취재, 보도하는 매체 스코터스 블로그(SCOTUS Blog)의 기사를 종합, 요약해 전하겠습니다.

** 하원이 두 달여 만에 (셧다운을 해제하기 위해) 다시 모이자마자, 엡스틴 파일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곧바로 재점화됐습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이지 바람 잘 날 없는 워싱턴 D.C.입니다@_@ 엡스틴 파일 이야기는 새로 나온 소식을 정리해서 조만간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더 늦기 전에 마지막 관문을 앞에 두고 덜컹거리는 트럼프의 관세 이야기를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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