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양치기 소년" 삼진아웃 트럼프
아메리카노 뉴스레터 4/10
오늘 오후에 일정이 있어서 모처럼 일찌감치 아침부터 부랴부랴 뉴스레터를 써놓았는데, 점심 먹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대형 뉴스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일 발표했던 대부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보복관세를 부과한 중국만은 예외로 총 1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어디서부터 내용을 고쳐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데, 오늘 오후 일정은 미룰 수가 없는 일이라, 일단 관세에 관한 모든 뉴스를 9일 오후 기점으로 새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원래 써뒀던 뉴스레터는 그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제목만 제 감정을 약간 담아 바꿨습니다;;) 특히 베센트 장관의 인터뷰 내용과 주말에 관세 이야기로 팟캐스트를 녹음해 올리겠다는 예고 부분은 계속 유효합니다.
이로써 2월과 3월 멕시코,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했다가 유예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중국은 예외로 뒀지만) 관세를 부과했다가 유예하는 촌극을 빚은 트럼프는 “관세 양치기 소년” 삼진아웃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주식시장이 무너져도 이번에는 쉬이 말을 뒤엎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는데, 결국은 이번에도 트럼프는 자기가 한 말과 정책을 뒤집었습니다.
자세한 분석은 내일 뉴스레터에 담도록 하겠습니다.
—> 아래는 미국시각 9일 오전에 써놓은 원래 뉴스레터입니다. ——
오늘(9일) 자정부터 일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 행사에서 발표한 상호 관세가 발효됐습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하겠어?’라고 생각하던 조심스러운 예상들은 연일, 보란 듯이 깨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34% 상호 관세와 같은 비율의 보복관세를 미국에 부과한다고 예고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무르지 않으면 5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실제로 양측은 치킨게임에서 물러서지 않은 끝에 미국이 관세를 더 올려 중국산 수입품에 매겨진 최종 관세율은 104%가 됐습니다. (트럼프 1기 때 부과하고 바이든이 거의 손대지 않은 관세 20% + 지난주 발표한 상호 관세 34% + 여기에 보복관세에 대해 다시 추가한 50%를 더한 숫자.)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에 84%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의 터커 칼슨 인터뷰 마지막 편을 준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또 관세 정책을 총괄하는 브레인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경제 고문도 관세에 관해 이런저런 인터뷰를 많이 하지만, 베센트 장관이 1시간 동안 관세로 시작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짚은 인터뷰는 (물론 전부 다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여럿 던져줍니다.
인터뷰 내용을 전해드리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어쩌면 중요한 내분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와 피터 나바로 고문의 설전인데요, 지난 7일 뉴스레터에도 “주식시장 폭락은 자세히 보면 기술주의 위기인 만큼 MAG-7이 걱정할 일이지, MAGA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 베센트 장관의 말을 전해드렸죠. 그런데 MAG-7 중 하나가 바로 머스크의 테슬라입니다. 물론 베센트 장관은 머스크와 정부효율부가 한 일을 극찬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혁신가이자 기업인이 정체성의 핵심인 머스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닥공 관세’로 시가총액이 이렇게 허무하게 증발하는 상황이 가뜩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먼저 포문을 연 건 나바로 고문입니다. 7일 CNBC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물인 머스크가 관세에 부정적인데,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느냐는 질문에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업체라기보다 조립 업체다, 외국에서 부품을 사들여 와서 조립해야 하니 관세가 부과되면 부품값이 비싸져 비용 부담이 늘어나 그런 것 같다,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머스크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남을 말이었죠. 머스크는 곧바로 X에 “나바로는 진짜로 멍청한 놈이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테슬라의 부품 비중은 미국산이 다른 어떤 차보다도 높다. 나바로는 저 구석에 쌓인 벽돌 자루보다도 멍청하다.”고 썼습니다.
사실 자동차 업체 가운데 테슬라는 미국산 부품 비중이 높은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BMW나 메르세데스 등 유럽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GM이나 포드 등 미국 브랜드와 비교해도 생산 공정의 수직계열화 비율이 높은 테슬라는 당연히 관세의 영향을 훨씬 덜 받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국내산으로 쳐주는 건 캐나다산 부품도 포함되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잔뜩 망가진 캐나다와 관계가 어떻게 정상화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사실 테슬라가 어느 정도 타격을 입더라도 전기차로의 전환에 애를 먹고 있는 경쟁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 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큰 틀에서 지지할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드라이브가 협상의 여지도 주지 않고 마구 총을 쏴대는 식으로 이어지자, 테슬라 주식도 화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관세를 발표한 2일 최고 282.76달러였던 테슬라의 주가는 8일 한때 221.86달러까지 내렸습니다. 시가총액 수백억 달러가 왔다 갔다 하는데,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길 CEO는 없습니다.
이번 설전이 (전기차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테슬라를 건드린 나바로에 대한 머스크의 짜증 섞인 일침 정도로 그칠지,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의 ‘특급 쩐주’인 머스크가 막 나가는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기 시작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러든 말든 미국 언론이 전하는 “요즘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은 최고라고 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자기한테 잘 보이려고 줄을 섰기 때문이죠.
(베센트 장관의 인터뷰 마지막 부분 요약)
특히 일론 머스크와 정부효율부(DOGE)를 두고 기성 언론에선 비판의 목소리 일색인데, 나는 머스크가 정말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던 문제의 해법을 놀라울 만큼 유능하게 찾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재무부가 관장하는 국세청(IRS) 전산 시스템 효율화 작업만 해도 그동안 어떤 정부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머스크와 정부효율부가 해냈다. 이 사람들이 국민들 몰래 미국 시민의 납세 내역을 들여다본다거나 정부의 회계 장부를 빼돌린다는 식의 주장은 일부 언론이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퍼뜨린 음모론일 뿐이다. 내가 장관으로 있는 한 재무부에서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리 없다. 지금까지 문제를 손 볼 엄두도 못 내고 키워온 기성세력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이들을 오히려 공격하고 깎아내리느라 바쁜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정당한 감독을 두고도 독립성을 해친다거나 대통령이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많다. 예를 들어 연방준비제도는 물론 통화정책을 비롯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또 나는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이사들이 미국 경제와 미국인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거라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 재무부는 결단코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거나 약화한 적이 없다.
다만 “은행의 은행”인 중앙은행이 돈의 흐름을 관리하면서 영향을 미치는 시중 은행들은 동시에 행정부, 특히 재무부가 감독하고 규제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 은행들이 핵심적인 금융 업무 외에 쓸데없이 기후변화나 다양성 채용 정책(DEI)에 매몰돼 장부상에 손실이 발생하는데도 수수방관하는 걸 정부가 그냥 두고 본다면, 이 또한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쓰는 말 “상식(common sense)”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다. 하지만 기성 언론은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 이어 관세가 금 가격에 미칠 영향 때문에 런던과 뉴욕 사이에 시세 차이가 발생해 금괴를 옮겨놓는 일에 관한 질문, 답변이 이어졌는데, 이는 2월에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소개하려다 못 했던 이야기입니다. ‘관세가 이런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사입니다. 언젠가 이 이야기도 프린스턴에서 온 편지에 소개하겠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세계적으로 금 수요가 높은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를 꼽았습니다. 물론 그것이 원인 중 하나일 순 있지만, 갑자기 금괴를 비행기에 실어 대서양을 건너 옮기는 다소 기괴한(?) 현상이 발생한 건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갑자기 무리해서 부과한 관세 탓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 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소위 광물 협상을 두고 오갔던 이야기의 내막도 일부 공개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 이야기까지 오늘 다루기엔 맥락과 배경을 설명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예를 들어 인터뷰어 터커 칼슨은 푸틴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를 했는데, 다분히 푸틴의 프로파간다를 여과 없이 내보내 비판을 받았습니다.)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송하며, 경제 정책에서도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강한 달러를 유지하는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면서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한 번 더 강조했습니다.
관세 정책을 차분하게 설명한 베센트 장관의 인터뷰를 오늘까지 뉴스레터 세 편에 걸쳐 소개했습니다.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도 있었고, 터커 칼슨이 오랫동안 (근거를 대지 못하면서도) 거듭 주장해 온 음모론, 노골적인 거짓말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은 뺐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왜 하필 관세라는 카드를 꺼내 경제 정책을 펴가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던 중요한 인터뷰였습니다.
베센트 장관의 문제 인식에는 특히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지점이 많았습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100년 만에 가장 높은 관세를 “때려” 세계 경제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게 미국에 최선의 선택인지를 두고는 따져볼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편, 미국 시장이 혼란에 빠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받는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이 상황에서 내부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측근들은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으므로, 트럼프에게는 어렵지 않은 선택이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동안 뉴스가 온통 관세 이야기로 도배될 것이 뻔하므로, 이번 주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자세히 짚어보는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유혜영 교수와 함께 녹음해 올리겠습니다.
이번 관세는 어떻게 다른가?
관세율 책정을 두고 나온 경제학자들의 비판 소개
관세 이후 시장의 반응
대통령의 권한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트럼프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도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