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고구마" 앞에서
아메리카노 부부의 여행기 (6)
지난 글에 이어 엘 찰텐(El Chaltén) 봉우리를 오른 아메리카노 부부의 여행기입니다. 사전에 준비를 제대로 못 한 탓에 같은 길을 이틀 만에 또다시 올라야 했기에 좀 머쓱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위기를 잘 헤쳐나간 끝에 마침내 “불타는 고구마”를 보면서 “역시 우리는 영혼의 단짝!”이라고 격하게 자화자찬했던, 그런 저희다운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피츠로이(Fitz Roy)냐 엘 찰텐이냐를 두고 했던 명명(命名)에 관한 고민은 지난 글의 앞부분을 참조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마침, 지난 주말에 ‘아직 살아있으면서도 자기 이름을 동네방네 새기고 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뉴스를 읽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무색해지는, “역시 트럼프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고 할 만한 행보죠. 엘 찰텐에 다녀와 생각해 보니, 자연 위에 설 수 없는 인간이 자기 이름을 자연에 억지로 덧씌운 것보다는 ‘연기 나는 봉우리’나 ‘불타는 고구마’라고 부르는 게 역시 제 마음에는 더 듭니다.
글을 읽고 쓰는 속도가 저보다 열 배 정도 빠른 짝꿍 유혜영 교수가 도시 전체가 잠에서 깨지 않으려는 듯했던 크리스마스 당일 오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호텔에서 일필휘지로 초고를 완성했는데, 그걸 한 번 보고 편집해 다듬는 작업을 하는 제 속도가 굼뜬 탓에 이제서야 글을 올립니다.
다음 글을 또 부지런히 쓰고 편집해 올리겠지만, 혹 뉴저지보다 14시간 빠른 한국시각 기준으로는 이번 글이 2025년의 마지막 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지구상 어디서 “프린스턴에서 온 편지”를 읽고 계시든 이 인사가 닿는다면 고마운 구독자분이란 뜻이 되겠죠. 저희가 보내 드리는 글과 저희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