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에서 온 편지

프린스턴에서 온 편지

"민주주의 갉아먹기" (1)

트럼프의 중간선거 전략

송인근(아메리카노)'s avatar
송인근(아메리카노)
May 12, 2026
∙ Paid

프린스턴의 5월은 학년말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공 모드’가 느껴지는 도서관과 졸업식, 총동창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캠퍼스의 모습이 공존하는 계절입니다. (저를 괴롭히는 꽃가루가 잠잠해져 비로소 봄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졸업 연도를 기준으로 학번을 부르는 미국은 동창회도 5의 배수 되는 해에는 가급적 꼭 오는 게 관례인 듯합니다. 1976년 졸업생들은 올해 50주년 동창회에 웬만하면 필참할 것 같네요. ±2년 동창들이 한데 모일 수 있게 캠퍼스 곳곳에 목책을 둘러 장소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예년보다 쌀쌀한 날이 유독 잦았지만, 그래도 최근에 드디어 포근한 날이 많아지던 중 집에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개미였는데요, 떼로 몰려온 건 아니지만, 보이지 않던 개미가 갑자기 눈에 띄어 화들짝 놀란 저희 부부는 음식물이 새는 데는 없는지 찬장을 헤집어 살펴보고, 해충 퇴치 서비스에 부랴부랴 연락해 약을 치고 필요한 조처를 한 뒤에야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었습니다.

개미는 다행히 일단 사라졌는데도 개미 퇴치하는 데 쓰는 약이나 요법을 검색해 봐서 그런 걸까요? 저보다 저를 과하게 더 잘 아는 알고리듬이 틈만 나면 개미를 쫓는 광고를 띄워주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공포 마케팅 기법인지 징그러워서 여기에 올리기도 싫은 영상, 사진들도 있는데, 개미가 집을 떠받치는 나무 기둥을 죄 갉아 먹어서 기울어버린 집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AI로 만들어낸 이미지겠죠?;) 제가 가장 애정하는 소설 중 하나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마지막 장면에서 부엔디아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 개미한테 잡아먹히는 모습이 오랜만에 꿈에도 나오고, 아무튼 며칠간 괴로웠습니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나서 생각해 보니,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을 갉아먹는 게 곧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족,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무리가 미국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두고 벌이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시들해지고 얇아졌으며, 외부의 시련이 닥쳤을 때 이를 견뎌내기 어려울 만큼 약해졌습니다. 지난 글에도 썼듯이 트럼프가 문제의 원인인지, 아니면 트럼프도 더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난 증상일 뿐인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2026년에 이상적인 민주주의 제도를 미국에서 찾고 미국을 배우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며 손가락질받을 겁니다.

내부자 거래 만연한 미국

내부자 거래 만연한 미국

송인근(아메리카노)
·
May 10
Read full story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래는 선거 전망을 해보려다가 예측시장에 관한 기사를 읽고, 그 이야기부터 먼저 했었죠. 실은 그 기사에 앞서 지난달 말 대법원에서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투표권법을 무력화하는 판결을 내린 일이 있었습니다. 유권자들의 투표를 어렵게 만드는, 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출에 장벽을 쌓는 일은 종류를 막론하고 대의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르는 일인데, 현재 6 대 3 보수 우위의 미국 대법원은 바로 이런 판결을 거침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공정한 규칙에 따라 펼쳐지는 경쟁에서 자기가 질 것 같으면 규칙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억지를 피우거나 기꺼이 판을 엎어버리곤 하던 트럼프가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추락하는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을 펴는 대신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구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우선 오늘 글에서는 지난달 나온 대법원의 투표권법 판결의 배경, 논리, 여파 등을 살펴보고, 다음 글에서는 여러 주에서 잇따라 펼쳐지는 게리맨더링 싸움을 포함해 현재 중간선거 경선 상황과 전반적인 구도를 짚어보고, 선거가 끝난 뒤 꾸려지는 120기 의회와 2027년 미국 정치 지형을 예상해 보겠습니다.

User's avatar

Continue reading this post for free, courtesy of 송인근(아메리카노).

Or purchase a paid subscription.
© 2026 Inkeun Song (AmericaKnow) · Privacy ∙ Terms ∙ Collection notice
Start your SubstackGet the app
Substack is the home for great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