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시장은 선진 금융? 사행성 도박? (1)
2018년 대법원판결이 낳은 또 다른 의도치 않은 결과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아메리카노 애청자분들이라면 자주 들어보신 단어일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4년 전에 유혜영 교수가 시사인에 이런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예측을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듯 거래한다는 의미에서 예측시장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예측시장이 몇몇 선거 결과를 여론조사보다 정확하게 맞춰 주목받기도 했죠.
예측시장은 흔히 ‘집단지성’으로도 번역되곤 하는 군중의 지혜(wisdom of the crowd)를 (주로 금전적) 인센티브를 활용해 드러내게 하는 기제입니다. 대중의 지혜가 발휘된 사례 가운데는 유명한 게 많죠. 20세기 초 사람들에게 황소 한 마리의 정확한 무게를 눈대중으로 맞춰보라고 했더니, 가장 정확한 답을 써낸 건 한 명의 예측이 아니라 사람들이 적어 낸 수치의 평균이었다는 프랜시스 갈튼 경의 일화가 대표적입니다. 그 밖에도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가거나 몇 안 되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보통 사람들이 한 예측의 합’이 뛰어넘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집단지성의 힘’이 주목받곤 했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은 예측시장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좋은 소재가 됐습니다. 미국에선 주로 선거가 그 계기가 됩니다. 특히 지난 2024년 대선과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예측시장이 미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전례 없이 증폭시켰습니다. 여기에는 몇 달 전 정리해 드렸던 것처럼 스포츠 베팅이 대대적으로 합법이 되면서 도박에 한없이 관대해진 (혹은 이미 성행하던 것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른) 미국 사회의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예측시장은 미국 규제 당국과의 오랜 술래잡기 끝에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세계 최대 예측시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폴리마켓의 창업자 셰인 코플란의 말처럼 “선진 금융 기술”일까요? 아니면 사행성을 우려해 강력히 규제해야 마땅한 또 다른 도박장에 불과할까요? 정답은 늘 그렇듯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겠지만, 저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금의 예측시장은 규제가 시급한 도박장에 훨씬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예측시장은 법적인 규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윤리적인 자정 장치마저 작동하지 않은 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4일 뉴욕타임스 데일리 팟캐스트에 소개된 예측시장에 관한 내용을 주로 참고해, “왜 세상 모든 일에 내기할 수 있는 현실”이 재밌는 선진 금융 기술보다 도박과 거짓, 조작이 난무하는 위험천만한 세상을 낳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