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보궐선거 결과, 코리 부커
아메리카노 뉴스레터 4/3
어제 보궐선거 이야기로 채워드린 뉴스레터는 쓸 말이 너무 많다 보니 분량이 넘쳐 이메일에 담기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앞으로는 짝꿍 유혜영 교수가 늘 제게 지적하는 대로 “두괄식”으로 말하고 쓰는 법을 더 연마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오늘의 뉴스레터, 바로 시작합니다.
트럼프 관세 발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 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Make America Wealthy Again Event)”를 열고 예고해 온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해 온 말들을 다시 장황하게 되풀이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참고로 관세에 관해 아메리카노에서 자세히 정리한 에피소드는 다음 편을 참조하시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10% 기본 관세를 새로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는 5일 자정부터 발효된다. 이어 9일 자정부터는 (트럼프의 표현을 빌려) “미국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해 온 교역국을 대상으로 맞춤 관세를 부과”한다. 정확히 말하면 명시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주요 교역국 가운데 많지 않은데, 트럼프 행정부는 각종 비관세 장벽을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계산한 다음 해당 관세율의 절반을 할인된 상호 관세(discounted reciprocal tariff)로 부과했다. 중국은 34%, 유럽연합은 20%, 일본은 24%, 한국은 25%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 온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는 내일 자정부터 바로 발효된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관세를 부과한 품목은 이번 발표에서 예외이며,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는 일부 원자재 등도 관세에서 제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대상으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고치지 않은 탓에 미국이 막대한 손해를 봐 왔다며, “하지만 나는 다른 나라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문제는 조 바이든을 비롯해 미국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고통받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전임 정부 지도자와 관료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목재, 구리, 반도체, 의약품과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 등의 품목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수탈”해 온 나라들에 맞서 오늘은 미국이 “다시 부유해지기 시작하는 해방의 날”이 될 거라고 선포했다.
주식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폭락했다. S&P500 선물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하는 동안에만 2.2% 내렸다.
백악관은 이번 관세에 관해 다른 나라와 “협상하거나 흥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더 높은 관세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유럽연합 등 관세를 맞은 나라들은 미국에 준비한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여 미국발 관세 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수도 있어 보인다.
보궐선거 결과
어제(1일) 열린 보궐선거 결과 만우절에 어울리지 않게(?) 깜짝 이변은 없었다. 플로리다주 1, 6번 지역구 하원 보궐선거는 ‘공화당 절대 우세 지역’ 답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지미 패트로니스와 랜디 파인 후보가 각각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도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은 수잔 크로포드 판사가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은 브래드 시멜 전 위스콘신주 법무부 장관을 꺾었다. 보수 진영은 일론 머스크가 막판 쏟아부은 수천만 달러 선거 자금을 발판 삼아 시멜이 여론조사의 열세를 뒤집고 역전해 주길 기대했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 뉴스레터에 분량이 넘쳐 소개하지 못한 점 두 가지만 언급하자면,
일론 머스크의 ‘막판 돈다발 스퍼트’는 적어도 이번 보궐선거에선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 하나 있다면, ‘법이 어떻든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저지르고 본다’는 거다. 일론 머스크의 심리를 들여다본 지난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도 이야기한 내용인데, 이번에도 머스크의 이례적인 행보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예측할 수 있기도 했다.
위스콘신주 법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대가는 말할 것도 없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서도 1달러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선거를 돈으로 사는 행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둔 건데, 머스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100만 달러 수표 두 장을 들고 위스콘신으로 갔다. 머스크는 “운동권 판사(Activist judges)를 대법원에 들여선 안 된다”며, “이들은 선거구를 제멋대로 획정해 공화당 의석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여건만 허락하면 선거구를 자기 당에 유리하게 나눠 의석을 늘리려고 시도하는 건 똑같다. 다만 위스콘신주의 선거구는 어제 설명한 대로 분명 공화당에 유리하게 획정돼 있다. 사실 위스콘신주의 개리멘더링을 둘러싼 논란은 그 역사가 꽤 길다. 시작은 2010년 센서스 이후 철저히 공화당이 득표율에 비해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밖에 없게 그려진 선거구 탓이었다. 예를 들어 2022년 주지사 선거에서는 토니 애버스 민주당 후보가 51.2%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같은 투표용지에 투표한 주 하원 선거 결과는 정반대였다. 공화당이 전체 99석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개리멘더링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애매한 사례들도 많지만, 위스콘신의 개리멘더링은 ‘빼박 불가’였다.
그런데 지난 2월 주 대법원은 선거구를 공정하게 다시 그리라고 판결했다. 퇴임하는 앤 월시 브래들리 대법관이 포함된 4명의 대법관이 다수를 이뤘다. 브래들리 대신 크로포드 판사가 대법관이 되면 4:3의 진보 우위는 아슬아슬하지만 2028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다. 머스크는 개리멘더링을 없애고 원래대로 복구하는 걸 “불공정한 좌파의 선거 공작”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내 유세에 온 사람 가운데 사전 투표한 사람 중에 두 명을 뽑아 100만 달러씩 주겠다”고 선전했다. 투표하지 않으면 당첨돼도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없으니, 사실상 상품으로 돈을 걸고 투표를 독려한 셈이다.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곧바로 이를 “뻔뻔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돈과 투표를 연계하는 발언, 행보를 당장 멈추지 않으면 머스크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머스크는 “투표한 사람만” 100만 달러에 당첨될 수 있다는 말을 슬쩍 뺐지만, 여전히 “운동권 판사는 안 된다”며, 자신이 조직한 청원 단체에 수표를 기부한 뒤 간접적으로 추첨하는 식으로 실제로 돈을 뿌렸다.
하지만 투표를 이틀 앞두고 이런 이벤트를 연 건 득보다 실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머스크 덕분에 투표할 생각이 없다가 투표한 사람이 있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돈으로 표를 사려는 행위”에 경각심을 느낀 유권자들이 마가 유권자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투표장에 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확한 분석은 투표 데이터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감에 의존한 분석이다.)
위스콘신주는 원래 전국적으로 투표율이 아주 높은 편에 속한다. 돈이든 절박한 호소든 유권자를 독려해 판세를 뒤집을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대법관 선거는 주 전체 유권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관심도 높았다. 반면 플로리다주 하원 보궐선거는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지역구 두 곳에서만 치러졌고, 원래 경쟁이 없던 지역이다. 공화당이 말뚝만 박으면 당선되는 곳이라 유권자들의 관심이 대체로 뜨뜻미지근한 틈을 타 민주당 후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며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아 선전했다.
어제 뉴스레터에서 설명했듯이 두 지역구 모두 불과 다섯 달 전에 트럼프와 공화당이 각각 37%P, 30%P 차이로 승리한 곳인데, 어제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트럼프에 충성하는 후보들에게 14~15%P밖에 지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박빙이었다고 할 수는 없고,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이 지역의 민심이 고스란히 반영된 숫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공화당이 손쉽게 이기는 지역구에서 이만큼 선전한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은 자꾸 신경이 쓰일 것이다.
질 것 같은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트럼프의 ‘이미지 관리’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공개적으로 지지했지만,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 나선 시멜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은 내지 않았다. 선거 직전 주말 유세에도 머스크만 갔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할 땐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정치에 뛰어들고 공화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보인 패턴이기도 하다. “내가 지지한 후보는 연전연승”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심복들을 험지에 보내지 않고, 접전이 펼쳐지는 선거에는 웬만하면 누구를 지지하는지 발표하지 않는 거다. 선거에서 졌을 때 언론이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가 졌다!”는 제목을 뽑지 못하게 여지를 주지 않는 트럼프의 ‘이미지 관리’ 전략이다.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는 사실 오래전부터 크로포드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다. 머스크는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평판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도 2천만 달러는 머스크에게 크게 고심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액수이므로) ‘호랑이굴’로 들어갔던 것이다. 만약 어제 선거에서 시멜 후보가 깜짝 승리했다면, 머스크는 또 하나의 ‘전설’을 남길 뻔했다. 머스크로서는 아쉽게도, 금권 선거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는 다행히도 머스크의 돈다발은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코리 부커, 25시간 5분 동안 의회 연설, 최장 신기록
코리 부커 상원의원(민주, 뉴저지)이 월요일 저녁 7시부터 화요일 밤 8시까지 약 25시간에 걸쳐 연단에서 내려오지 않고 연설했다.
부커 의원은 25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은 채 연단에 서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확히는 25시간 5분 동안 연설을 이어간 부커 의원은 68년 전인 1957년 스트롬 서몬드 상원의원(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이 갖고 있던 최장 연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종분리주의자였던 서몬드 의원이 당시 상원에서 민권법에 반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로 오랫동안 연설했던 기록을 흑인인 부커 의원이 갱신한 것도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필리버스터는 원치 않는 법안이 논의되거나 제정되는 걸 막기 위해 상원의원이 연단에 올라 무제한으로 시간을 끄는 걸 말하는데, 이번에 부커 의원은 명시적으로 특정 법안을 막기 위해 발언을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연단에 섰다고 밝혔는데,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부커 의원은 금요일부터 곡기를 끊었고, 일요일부터는 물도 마시지 않으면서 체내의 수분을 최대한 빼면서 이번 연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25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마라톤 연설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25시간 사이에 안색이 나빠졌고, 피부도 퍼석퍼석하게 쪼그라든 듯한 모습이 화면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였다.
부커 의원의 연설을 두고 “모처럼 속 시원한 모습”이었다는 찬사와 “그렇다고 바뀌는 게 뭐가 있냐, 오히려 괜히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거 아닌지 걱정된다”는 비판이 뒤섞여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지지자들과 지도부의 평가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어쨌든 올해 56살로, 뉴저지주 뉴왁 시장을 거쳐 2013년부터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는 부커는 전국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