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 관세 임박에 미국 주식시장 고전
아메리카노 뉴스레터 4/1
안녕하세요.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 아메리카노를 진행하는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송인근입니다.
지난 주말에 덜컥 뉴스레터 열심히 쓰겠다는 내용과 함께 유료 구독제를 시작한다는 공지를 올려놓고 나서는 정작 서브스택 시스템에서 유료화로 어떻게 전환하는지 잘 찾지 못해 헤매다 글 올리는 일정도 꼬여버렸네요. 유료화보다 중요한 건 꾸준히 뉴스든 칼럼 형식의 해설이든 팟캐스트 에피소드든 쉬지 않고 올리는 일이니, 일단 이번 주는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유료 구독제 시작은 주말에 다시 잘 살펴보고 일정을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어제 시그널 게이트에 관한 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단톡방”을 다 쓰지 못해 쓴 데까지만 올렸는데, 오늘은 뉴스들을 묶어서 뉴스레터 형식으로 올리고, 시그널 게이트 이야기는 이번 주 중에 차차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면서 꼬리를 자를지, 아니면 여기서 밀리면 수세에 몰릴 수 있으니 끝까지 잡아떼고 늘 하던 대로 민주당을 향해 피장파장 물타기 공격을 할지를 비롯해 쓸 말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짧게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뉴스가 많아서 오늘은 짧은 호흡으로 쓰는 뉴스레터도 연습할 겸 이 형식을 골랐습니다.
위스컨신주 대법관 선거 이야기도 일론 머스크의 “무도한 선거 개입”이 도마 위에 올라 오늘 이야기하려 했는데, 뉴스레터가 길어져 내일 선거 결과와 함께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자연히 시그널 게이트 2편은 주 후반으로…)
1. 트럼프 상호관세 임박, “이번에는 무르기 없다!” (??)
미국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오는 2일 수요일 대대적인 관세 계획 발표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 무역을 통해 폭리를 취해 온 나라들로부터 미국이 해방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무리 규제하려 해도 결국,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지만, 트럼프와 백악관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2월과 3월 연달아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했다가 유예하는 등 준비 없이 무턱대고 정책을 펴 망신을 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절대 무르는 일 없다”며, 대대적인 관세를 예고해 왔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나라 별로 무역적자를 자세히 분석한 뒤 맞춤형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안이 유력해 보였지만, 지난주부터는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일괄적으로 최대 20%의 관세를 매기자는 주장도 선택지에 있다는 보도가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관세에 관한 한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가장 강경파로 분류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경제 고문은 “이번에 발표하는 관세로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이 향후 10년간 6조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동의하는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많지 않아 보이지만, 나바로는 관세에 관한 한 트럼프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케빈 해셋은 일괄 관세보다는 유연한 상호 관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일요일 방송에 출연해서 “대통령이 어떤 관세 정책을 발표하실지 내가 미리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상호 관세와 일괄 관세 중 어느 쪽을 택하든 이미 미국 기준 무역 적자 폭이 가장 큰 15대 교역국(트럼프 행정부는 이 나라들을 “더러운 15개국(Dirty 15)”이라 칭한다. 참고로 유럽연합(EU)은 한 나라로 취급)에 포함된 우리나라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법적 검토 마쳤을까?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려 할 때마다 민주당을 비롯해 관세에 반대하는 주 정부, 기업들은 대통령이 권한 밖의 결정을 내렸다며 의회를 통해 이를 무력화하거나 소송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가 슬그머니 유예한 데는 주식시장이 폭락할 조짐을 보고 지레 겁을 먹어 그러기도 했겠지만,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질 때 근거를 탄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내부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많았다. 일찌감치 4월 2일을 관세 부과의 날(이자 미국 해방의 날)로 못 박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참모, 관료들에게 그때까지는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걸림돌을 다 제거하거나 피해 갈 수 있는 법리적 검토를 마쳐 두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관세는 대통령의 뜻대로 일사천리로 부과될까? 일단 민주당이 당장 소송을 걸고, 의회에서 결의안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입법을 통해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 뻔하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을 거란 점은 확실하다.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 관세의 근거가 될 만한 법으로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이 꼽힌다. 백악관은 심각한 무역 적자를 근거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다른 나라와의 무역, 경제 거래를 규제할 권한도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관세는 정당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다만 정말로 비상사태를 선포하려면, 여기엔 궁극적으로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무역 적자가 아무리 심각해도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무역 적자, 비상사태, 해방의 날” 같은 단어가 법적인 절차라기보다 상징적인 행위, 정치적인 제스처에 가깝다. 그렇더라도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대통령이 수입품에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느냐를 두고는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미 팀 케인(민주, 버지니아) 상원의원이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는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케인 의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미국의 적국이나 불량 국가 등 경제 제재 대상에게 적용하는 거지,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하는 동맹이나 우방에 적용하라고 있는 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962년 무역확장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무역확장법은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할 때 특정 제품이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철광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의 근거 조항이 바로 이 법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일괄 관세나 상호 관세를 부과하려면 이 나라들과의 무역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사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적 허점에 눈을 감거나 의제에 우호적으로 동의해 주지 않는 한, 갑자기 이만큼 관세를 올리는 걸 법정에서 방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관세를 강행하든, 다시 얼마 가지 않아 계획이 어그러지든 시장은 높아진 불확실성에 신음하고 있다.
2. 고전하는 주식시장, 이번에도 트럼프 발목 잡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관련해 ‘양치기 소년’이 된 가장 큰 이유는 관세 카드를 입 밖에 낼 때마다 휘청이던 주식시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복잡한 경제 지표보다 종합주가지수를 자기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로 인식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이 푹 꺼질 때마다 멈칫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물러서지 않고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와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볼 심산인 듯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주식시장은 4월 2일이 다가올수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관세 정책으로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졌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계속 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옹호론자들은 관세를 부과하면 비용 부담이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을 일축하면서 설득력 있는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인데, “트럼프도 별수 없구나.”라는 평가가 굳어지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다. 피해를 흡수하거나 분산시킬 대책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다 잘될 거”라는 주문만 외고 있는 모습에 인플레이션에 이어 소비 심리 전반이 위축되고 기업들도 투자를 꺼려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관세 부과 이후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기엔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러 자세한 계획을 꽁꽁 싸맨 채 숨기고 있기도 하고, 너무 변수가 많다. 오늘은 3월 주식시장 실적이 어땠는지 확인된 데이터를 토대로 살펴보고, 왜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시장이 움직여주지 않는지 짚어보자.
3월 미국 S&P500 지수는 5.8% 하락했다. 2월 최고점에 비하면 8.7%나 낮다.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큰 월별 하락 폭이다. 당시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자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던 때였다. 대통령의 임기 첫 해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중에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이후 가장 안 좋은 한 달이었다.
이제 고작 취임 후 두 달 반이 지났을 뿐이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 시장에 가져온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소비 심리, 투자 심리 위축이 주식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은 가능해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때문에 소비자 물가가 오를 일은 없다고 근거 없이 호언장담하다가 말을 바꿔 인플레이션이 있어도 연준이 금리를 내려주면 경제가 계속 잘 돌아갈 거라며 연준을 압박했지만, 연준은 대통령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원래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의 목표는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미국 전체 금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일이다. 실제로 연준 이사들은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져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진 만큼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주식시장은 규제 완화와 감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관세를 위시한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관세 휘두르기에 불확실성으로 바뀌었고, 주식시장도 주춤하다 차갑게 식었다. 지금으로서는 수요일에 관세를 부과한 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주식시장도 당분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일요일 메모에서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관세, 약한 경제 성장, 더 큰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며, S&P500 지수가 앞으로 3개월 동안 5%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을 조정했다.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조금씩 높아져, 30%를 웃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펴고 시장을 대할 때도 조급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사실과 거짓을 의견의 대립으로 치환해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선거와 달리, 수많은 시장 참여자의 제각기 다른 고유한 인센티브를 트럼프의 말로 좌지우지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이 사실을 알고도 트럼프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관세가 부과되면 주식시장은 일단 내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관세를 다시 무른다면, “양치기 소년 삼진아웃”이 될 테고, 침체하는 주식시장, 미국 기업들의 아우성에도 관세를 강행한다면 전문가들과 트럼프의 예상 중에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까울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모두가 고통받을 거란 예상을 굳이 직접 겪어보면서 확인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