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 아메리카노를 진행하고 있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송인근입니다.
이 편지를 읽는 분들 대부분 지금 봄이 한창 무르익은, 신록의 계절을 지나고 계실 텐데요, 즐길 새도 없이 금방 떠나서 아쉬운 게 봄인 만큼 시간 날 때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프린스턴도 완연한 봄입니다. 한국에선 봄철의 불청객으로 황사를 꼽곤 했는데, 프린스턴은 황사도 없어서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제게는 꽃가루 알레르기라는 불청객이 따로 찾아왔습니다ㅠㅠ
모두 건강하게 봄날을 만끽하시길 바라며,,
오늘은 “설마, 진짜 되겠어?” 했는데, 진짜로 현실이 된 “틱톡 금지법”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오늘 편지는 뉴욕타임스의 테크 팟캐스트 하드포크의 다음 두 에피소드를 가장 많이 참조해 썼습니다.
News I follow - 틱톡 금지법
Dear TikTok,
270일 줄 테니 그 안에 미국에서 장사 접고 떠나렴. 응, 진짜야.
미국 기업한테 회사 팔면, 살려는 드릴게. 안 그러면 넌 미국 땅에서 퇴출이야.
틱톡(TikTok) 금지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지난 24일 발효됐다.
새로 제정된 법에 따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기업 바이트 댄스(ByteDance)는 9개월 안에 미국 기업에 틱톡을 매각해야 한다. 그러지 않거나, 그러지 못하면,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 7천만 명을 이용자로 거느린 아마도 가장 인기 있는 비디오 공유 플랫폼이자 소셜미디어인 틱톡은 미국에서 퇴출당한다.
이제 어떻게 되나?
‘법대로’ 한다면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해야 한다. 270일 안에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계속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모회사로 남아있다면, 그때는 미국 규제당국이 틱톡 앱을 미국인들의 스마트폰에서 퇴출할 수 있게 된다.
바이트댄스는 ‘법대로’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에 급조한 법은 (미국 사람들이 금쪽같이 여기는)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법원에서 법이 부당하다는 점을 다퉈 법을 무효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틱톡과 미국 정부 사이에 벌어질 법정 다툼에서 대체로 틱톡의 우세를 점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점이 인정될 경우, 정말 웬만해서는 미국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에 서는데, 틱톡이 내세울 근거가 더 탄탄하고, 더 많아 보인다는 거다.
그동안 미국 의원들이 틱톡에 올라온 콘텐츠를 문제 삼은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틱톡은 그저 미국 의회가 틱톡에 올라오는 콘텐츠가 싫어서 재갈을 물리려고 이 법을 제정했다고 판사들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점을 인정받고 승소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퍼뜨리는 프로파간다가 아무리 싫더라도 여기에 재갈을 물리는 건 수정헌법 1조 위반이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영문판도 미국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이 문제가 법정 공방으로 갈 경우 미국 정부가 어떤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어떤 주장을 펼지 예상해 보기에 앞서 어쩌다가 의회가 틱톡을 금지, 퇴출하는 법을 제정했는지부터 잠깐 짚어보자.
보통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의회 청문회에서는 정치적인 색깔을 일부러, 다분히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민주당과 공화당이 보기 드물게 한목소리를 내는 청문회가 열리는데, 이때는 열에 아홉 소셜미디어 CEO가 증인석에 앉아 있다. 특히 지난해 틱톡의 추쇼우즈(Shou Zi Chew, 周受資) CEO가 증인으로 출석한 ‘틱톡 청문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모든 의원이 당적에 관계없이 그야말로 쉴 새 없이 공세를 퍼부어서 아예 ‘미국 청문회의 모든 것’이란 제목으로 영상을 찍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 기업이 모회사로 있는 소셜미디어가 흥행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이 점이 미국 정치인들의 눈에는 눈엣가시였던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청문회 이전부터 하원 내 몇몇 의원들이 틱톡 금지법을 슬며시 발의했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고 하원을 통과한 법은 상원에 계류 중이었다.
틱톡 금지법 초안을 쓴 하원의원 중 한 명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Raja Krishnamoorthi, 민주, 일리노이) 의원이 밝힌 법의 취지를 보면,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점이 잘 드러나 있다. 주요 내용을 발췌해 옮기면 다음과 같다.
문제는 틱톡이 중국 공산당과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라는 점이다. (바이트댄스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독립된 조직이라는 주장은 중국 물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거나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바이트댄스는 이미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에 접근, 감시, 조작하며 중국 공산당의 이해관계에 복무한 전력이 있다. 바이트댄스의 소비자 데이터 사용에 대해 보도한 미국 기자의 IP 주소, 동선, 취재원과의 토론 내용을 틱톡 데이터를 이용해 추적했다.
틱톡을 통해 흘러 들어간 미국인의 데이터를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활용할지 알 길이 없다. 잠재적인 미국의 적국(=중국)이 불투명하고 독점적인 알고리듬을 통해 미국인 이용자 데이터를 조작, 가공한 다음 미국에 불리한 내용을 선전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 기업이 아니면 미국 방송국을 인수하거나 설립할 때 연방통신위원회의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벌써 100년 가까이 된 연방통신법에 명시된 국가 안보상의 국적 제한 규정 때문이다. (예를 들어 루퍼트 머독은 1985년 폭스 뉴스를 인수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자동으로) 호주 국적을 포기해야 했다.) 방송국도 이런데, 최근 들어 TV보다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셜미디어의 소유 주체에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논리적으로 탄탄해 보이는 근거들이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틱톡의 우세를 점친다. 하나씩 따져보면 이렇다.
먼저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2번)부터 살펴보면, 이는 틱톡만의 문제가 아니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 줄리아 앵윈(Julia Angwin)이 늘 지적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미국에는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관한 법 자체가 없다. 즉, 틱톡이 이용자 데이터에 함부로 접근해도 막을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도 이용자 데이터에 사실상 별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의회가 미국 기업들은 다른 식으로 규제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를 함부로 다뤘을 때 이를 처벌할 규정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빅테크는 괜찮은데 틱톡은 안 된다”라는 주장은 결국 중국 기업이라서 싫다는 소리가 되고, 법원은 1억 7천만 명의 미국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인의 이용자 데이터가 틱톡의 손에, 잠재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라는 우려(3번)는 어쩌면 미국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탄탄한 주장이다. 그러나 “잠재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만으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사례를 들거나 효과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중국의 위협이 어쨌든 대부분 가상의 시나리오인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라몽 대 우체국장(Lamont v. Postmaster General)이란 1965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어느 정도 잠잠해진 뒤의 일로, 공산당의 선전물을 우편으로 받아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의회가 허락했다. 대신 조건을 붙였다. 우체국에서 설문지를 보내 “당신은 공산주의 선전 문구가 가득한 우편물을 받아보시겠습니까?”라는 문항에 그렇게 하겠다고 명백히 의사를 밝힌 사람만 우편물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대법원은 이 조건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즉, 틱톡이 설사 중국 공산당의 선전 문구로 가득해도 미국 대법원은 이를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며 폐쇄하라고 하기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니 그냥 내버려두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방송국은 외국 기업이 소유할 수 없는데, 소셜미디어는 왜 그런 규정이 없느냐(4번)는 문제 제기도 물론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셜미디어 소유 구조에 국적에 따른 제약을 두는 훨씬 더 포괄적인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틱톡만 콕 집어 금지하려는 시도는 “재판 없이 임의로 처벌해선 안 된다”는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포괄적인 법은 다른 나라 정부에 미국 소셜미디어를 (국적을 이유로) 금지하거나 견제할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이나 메타 같은 미국 기업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결국, “중국 공산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회사라서 문제야!(1번)”라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 그럼 다시 콘텐츠를 문제 삼는 셈이 되고,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벽에 부딪친다.
물론, 정부가 승산이 아예 없는 싸움을 앞둔 건 아니다. 또한, 현재 대법원이 워낙 기존 판례를 극적으로 뒤집고 있어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 모르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라는 카드를 한쪽만 들고 있는 경우 반대쪽은 매우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건 미국 역사를 통해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옴니버스 법안, 트럼프의 태세 전환
앞서 하원을 조용히 통과한 법안이 상원에 계류 중이었다고만 언급하고 말았는데, 실은 틱톡 금지법이 제정된 배경에 숨은 정치적 셈법을 들여다보기 위해 살펴볼 사건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다른 법안 더미에 파묻혀 있던 틱톡 금지법이 굳이 이 시점에 갑자기 투표에 부쳐진 이유를 따져봐야 하고, 또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계산에 아마도 영향을 미쳤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세 전환의 배경을 짚어봐야 한다.
틱톡 금지법은 홀로 법안이 상정돼 투표를 거쳐 통과한 게 아니다. 하원이 앞서 17일 통과시킨 법안의 이름은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법(21st Century Peace through Strength Act)”이다. 법안 이름이 이토록 두루뭉술한 이유는 그 안에 서로 관련이 없는 여러 개의 법안을 뭉뚱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건 틱톡 금지법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이다.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밀려 계속 후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 위해 오랫동안 의회에 법안을 통과하고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바이든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견제했다. 다른 의제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지원은 없다며 계속해서 요구 사항을 늘리고, 이리저리 바꿨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여러 가지 법안을 한꺼번에 일괄 처리하는 옴니버스 법안이 자주 나왔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진 의회에서 나타난 일종의 유행이기도 한데, 한 가지 법안을 두고는 협상이 너무 어려울 때 내가 여기서 양보할 테니 다른 사안에서는 네가 좀 양보하는 식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거다. 패키지 법안, 끼워팔기, 번들링 등 이해하기 쉬운 이름으로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추가: 물론 이번 패키지 법안의 경우 한꺼번에 일괄적으로 표결에 부치지 않고, 표결은 따로 했으므로 완벽한 옴니버스 법안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존슨 의장이 따로 발의해서 따로 논의했다면 처리되기 어려웠을 의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했다는 점에서는 옴니버스 법안의 특징이 드러난다.)
아무튼 마이크 존슨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간청해 온 우크라이나 지원법안을 처리해 주기로 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600억 달러어치 무기를 지원받을 수 있게 돼 전열을 가다듬고 러시아에 반격을 가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존슨 의장은 공화당이 원하던 의제, 법안도 이것저것 같이 끼워 넣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틱톡 금지법이었다.
잠깐, 그런데 틱톡 금지법이 공화당에 유리하거나, 공화당이 더 바라던 의제였나? 그렇게 보긴 어렵다. 2020년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틱톡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법원에서 가로막혀 철회한 적이 있긴 하지만, 최근 들어 트럼프는 오히려 틱톡 금지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 왜 존슨 의장은 틱톡 금지법을 넣었을까? 틱톡 금지법이 옴니버스 법안에 포함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다는 데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더 힐의 기사가 그 점을 정확히 짚었다. 트럼프와 공화당으로서는 틱톡 금지법이 발효됐을 때 틱톡의 주 이용자층에서 터져 나올 반발과 비난을 오롯이 바이든 대통령이 뒤집어쓰게 되는 상황이 전혀 나쁠 것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틱톡이 공식적으로는 인정한 적 없지만, 선거를 앞두고 알고리듬에 개입해 바이든에게 불리한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하면 이 또한, 트럼프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선물이다. 가뜩이나 젊은 층의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어 걱정인 바이든은 부담스럽지만, 더 시급한 우크라이나 지원이 달린 문제인 만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화당이 옴니버스 법안의 특징을 절묘하게 활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가 실제로 틱톡을 중국 기업이므로 “나쁜 회사”라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틱톡 금지에 반대하고 나선 이유로 꼽히는 것들이 또 어떤 의미에선 트럼프답다.
우선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언젠가부터 메타(와 마크 저커버그)를 “공공의 적”으로 부르며 극도로 혐오하기 시작했는데, 한 극우 단체가 만든 선거 부정에 관한 음모론을 바탕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를 본 것이 계기가 된 듯하다. 다큐멘터리는 마크 저커버그가 낸 선거 후원금이 부정 선거에 동원됐다는 뉘앙스로 가득하다고 한다. (안 봐서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적지 않은 돈을 선거에 기부하긴 했다. 그러나 후원금 대부분이 민주당이나 공화당 후보에게 간 돈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을 댔다. 그러니까 자기가 선거에서 지고 나서 선거가 민주적으로 잘 굴러가도록 이바지한 모든 사람을 다 적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의 레이더에 애꿎은 저커버그가 걸려든 거다. 트럼프는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로 정확히 메타를 꼽았다.
틱톡이 퇴출당하면 페이스북이랑 인스타그램이 장사가 더 잘 돼 득을 볼 거고, 그럼 마크 저커버그 좋은 일 하는 거잖아요. “공공의 적”인데 저커버그 잘 되는 걸 두고 볼 순 없죠. 메타는 망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또 지난달 제프 야스라는 갑부와 회동한 뒤 “나는 틱톡 금지법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포브스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285억 달러에 이르는 제프 야스는 이번 선거에서 지금까지 공화당과 공화당 후보에게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낸 사람이다. 주로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와 경쟁하던, 전통적인 공화당 후보에게 돈을 댔지만, 이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트럼프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지난달 만났을 때 모종의 딜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많다. 트럼프에게 이지 정치 자금을 몰아주겠다는 약속을 했을 야스가 대가로 요구한 건 뭐였을까? 알려진 건 없지만, 야스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지분을 15% 가지고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 될 것 같다.
97분
틱톡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숫자가 하나 더 있다. 바로 97분이다. 97분이 무엇이냐? 미국에서 틱톡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틱톡 이용 시간이다. 내가 틱톡을 안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실 무척 큰 충격이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자고 먹고 씻는 시간을 빼면 14시간 정도일 텐데… 아니다, 밥 먹으면서도 틱톡을 다들 볼 테니, 밥 먹는 시간은 빼면 안 되려나?
아무튼 하루에 100분 가까이 틱톡을 본다는 사실을 듣고 나니, 그 뒤의 이야기는 좀처럼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틱톡이 정말 퇴출되면 미국인 1억 7천만 명 곱하기 97분의 시간을 사로잡는 시장이 열린다는 건데, 와 대단하다, 어마어마하구나 싶다가도 다시 생각이 97분 주위를 맴돈다.
‘아니 근데 하루에 97분을 틱톡을 본다고? 하긴 나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소셜미디어에 쓰는 시간이 적지는 않겠지만… 맙소사. 소셜미디어가 이래서 대단한 권력이구나.’
한편으로 미국 정치인들이 왜 그렇게 틱톡을 두고 우려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루에 100분씩 붙들어두는 플랫폼에서는 아무 말이나 진리로 둔갑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틱톡을 모른다는 건 소셜미디어 트렌드에 그만큼 뒤처졌다는 고백이기도 해서 한편으로 부끄럽다. (그래서 아메리카노 계정도 만들어만 놓고 어떻게 쓰질 못하고 있다. 유혜영 교수가 어설프게 아메리카노! 외치면서 발차기하는 영상만 하나 덩그러니 올라가 있는데, 틱톡 문법을 완전히 무시한 어색한 영상이라 그런지 아무 주목도 못 받고 묻혀버렸다-_- 그런 영상에 출연시켜 미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