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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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폭정을 막아낼 수 있을까? (1/4)

몰락하는 미국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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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근(아메리카노)
Jan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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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마크 카니 총리의 연설을 열심히 번역하고 있을 때 뉴스 속보가 떴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열심히 연설 번역하느라 무슨 일이 일어난 줄 모르고 있었는데, 절친 나종호 교수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무고한 시민이 또 ICE 대원들 손에 끔찍하게 살해당했다며 분노가 담긴 카톡을 보내와서 알게 됐습니다. 같은 도시에서 시민 르네 굿(Renee Good) 씨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는데 ICE 대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난 겁니다.

지난 7일 ICE 대원이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진 르네 굿 씨. 사진=로이터 / 섀넌 스테이플턴

지난 주말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에 몰아친 눈폭풍 때문에 프린스턴에도 정말 많은 눈이 왔습니다. 족히 30cm는 쌓인 것 같은 눈 탓에 주말 동안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 있으면서 자연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아니,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걸까요? 2020년 초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팟캐스트 아메리카노2020을 시작한 이래 저는 과연 이 나라를 얼마나 제대로 소개하고 전해드린 걸까요? 많은 회의가 들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름 아닌 자국민, 즉 미국 시민을 향해 (피부색은 말할 것도 없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총구를 들이밀더니, 이제 거리낌없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리고는 복면을 쓴 ICE 요원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알렉스 프레티(Alex Pretti) 씨를 “범죄자”, “미국의 적”, 심지어는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누가 테러리스트인가요? 누가 법치를 무시하고, 누가 법을 어기고 있나요?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건 누구일까요? 지금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있는 건 누군가요?

이번 주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미국을 어디로 끌어가고 있는지 찬찬히 짚어보기에 꼭 알맞은 시기입니다. 총 4편의 글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오늘 1편에선 미네소타주에서 ICE 대원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시민 두 명을 조명해 보고, 사건의 전모를 최대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주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백악관이 내놓은 설명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언론이 전하는 사실과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2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금 행정부에 이민 문제와 ICE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이렇게 선을 마구 넘어서면서까지 불법 이민자 단속을 빌미로 자국민에게 총을 겨누게 됐는지 그 배경을 짚어보겠습니다. 에즈라 클라인 쇼에 이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애틀란틱의 케이틀린 디커슨 기자가 출연해 한 설명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3편부터는 제 의견과 주장이 더 많이 들어간 칼럼이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미국에 오고 나서, 아니 제가 사는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일로 범위를 넓혀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이번 사건을 보면서 자연히 ‘우리나라라면 이러이러하게 처리됐을 것 같은데, 왜 미국은 안 그러지? 못 그러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안 그러는 것과 못 그러는 게 섞여 있는데 여기서도 연방제를 비롯해 미국의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데, 저는 그게 1월 6일 의사당 테러를 사실상 주동하고 선거 결과를 조작해서라도 뒤집으려 했던 트럼프를 처단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지난주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법정에선 허락되지 못해 하지 못한) 피의자 트럼프에 대한 심리, 구두 변론을 의회에서 진행했습니다. 그 이야기까지 3편에 담아보려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이거나 ‘규범과 관습을 무시하는’ 수준을 넘어 이미 폭정, 압제, 독재정치를 뜻하는 “Tyranny”입니다. (지난 주말 일어난 일을 보면서 이제는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마크 카니 총리가 말한 “거짓 문구를 내리는 일”을 가장 시급히 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미국인들입니다.) 미국 시민과 미국의 제도는 폭정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4편에 녹여볼 생각입니다. 미리 스포를 하자면, 지난 주말을 거치며 가장 자명한 사실에 대한 합의조차 하지 못하는 미국 사회를 보면서 미국은 폭정을 스스로 퇴치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부제도 “몰락한 미국을 바라보며”로 썼다가 부디 제가 ‘이 나라는 끝났다’고 함부로, 섣불리 예단한 것이길 바라며 “몰락하는 미국을 바라보며”로 고쳤습니다. 제 예상이 이번에도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진실을 숨기고 왜곡하고 오도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말은 곧이곧대로 들어줘선 안 됩니다. 정치인은 다 똑같다는 냉소적인 정치 혐오도, 기계적 중립도 트럼프가 가리는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 완벽하다고 부를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요? 언론도 물론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진실을 추구한다는 사명을 놓지 않고,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는 본분을 다하고자 노력해 온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언론을 등한시하고 협박해 무릎 꿇리려 한 게 바로 트럼프 행정부입니다. 트럼프가 언론을 조롱하고 협박하고 캔슬하려 한 만큼, 시민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말을 거르고 깎아서 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원칙을 세워놓고 이번 사안을 바라보고 고민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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