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 아메리카노를 진행하고 있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송인근입니다.
오늘은 책을 한 권 소개하려 합니다. 소개를 넘어 대놓고 홍보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든, 정말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아메리카노에서 채널 목록을 만들어놓고 덩그러니 영상 두 편 올려놓은 채 방치(?)돼 있어 늘 마음이 무거운 “송인근의 대항해시대”에 출연한 친구 두 명 중 한 명이 쓴 책입니다. (언젠가는 대항해시대도 꼭 재개할게요!)
What you should read! - 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 / 신성미
이탈리아 로마 공항에서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려는데, 아내에게 우체국에서 문자가 왔다. 한국에서 소포가 왔는데, 수령인의 서명이 필요한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엥? 무슨 소포길래 서명까지 해야 하지? 한국에서 술 같은 게 왔을 리도 없고…”
“그러게, 그나저나 한국에서 올 게 뭐가 있었지?”
“혹시 성미 책인가? 성미가 책 받자마자 보낸다고 저번에 우리집 주소 물어봤잖아.”
“근데 무슨 책을 받는 데 서명까지 해야 돼? 원래 그랬나?”
아무튼 그렇게 신성미 작가의 책을 영접했다. 대항해시대에서 인터뷰한 순간부터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책이다.
신성미 작가와 우리 부부는 대학교 동기다. 졸업 후에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커리어우먼으로 활약하던 성미는 어느날 훌쩍 일을 그만두고 독일로 떠났다. 독일 언론사로 이직하나? 무슨 자이퉁 이런 데로? 오오! 내가 모르는 독일어 실력자였던 거야? 궁금해서 물었다.
“성미야, 뭐야 너 독일어 잘 하는 거였어? 몰랐네~”
“아니, 나 할 줄 아는 독일어 딱 하나 있어. “이것은 사과입니까?” ㅋㅋㅋ”
“…”
책에 나오는 ‘독일행을 뜯어말리는 친구’까지는 아니었지만, 우리 부부도 내심 걱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미라면, 어디서든, 뭐든 잘 할 거야.’라는 막연하지만, 굳은 믿음도 있었다.
그런데 독일에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미가 연애와 결혼 소식을 알려 왔다. 스위스 남자랑 결혼하게 됐고, 스위스에서 살게 됐다고 했다. 친구가 인생의 반려자를 만났다니 좋았고, 이제 스위스에 갈 데가 생겨서 더 좋았다. 아싸!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 옆에 있다고 해도 서른 넘어 살게 된 낯선 땅 스위스가 만만치 않았으리라. 시행착오, 우왕좌왕, 좌충우돌 같은 단어가 늘 펼쳐지는 나날이었을 거다. 그러나 내 친구 성미는 역시나 잘 적응해서 잘 살게 있다.
누구든 생활력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Power of Love의 도움을 받으면 낯선 땅에 어찌어찌 적응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이토록 재밌게 글로 풀어내는 일은 신성미 작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당장 뉴욕에서 관찰한 코로나19와 미국의 민낯에 관한 책을 써보려다 끝내 탈고하지 못하고 좌절한 사람도 여기 있다OTL)
(5월 중에 신성미 작가와 대항해시대 속편을 촬영해 올리도록 하겠다.)
“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은 스위스 생활 10년차를 맞은 신성미 작가가 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 본 스위스 이야기다. “독특한 나라 스위스의 참모습을 깊이 있게 알리고 싶어” 책을 써다고 하는데, 딱딱한 책은 전혀 아니다.
아내와 연애할 때 다른 건 몰라도 아내의 개그 코드는 내가 꽉 잡고 있고 싶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넘기 어려운 경쟁자 중 한 명이 아내의 절친 신성미였다. 특히 관찰력이 정말 뛰어난 사람만 할 수 있는 디테일한 농담에서는 성미가 압권이었다.
그런 성미가 스위스에서 보고 느낀 것 중에 개그로 승화해 풀어내고 싶은 일화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남편 라파엘은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스윗한 사람이지만, 한국어 개그에 맞장구쳐주는 건 불가능하니까. 신성미 작가는 그 어쩔 수 없는 답답함과 설움(?)을 책에 아낌없이 쏟아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이다.
솔직하고 낭만적인 신랑의 혼인 서약을 듣고 신부인 나는 물론 하객의 상당수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여기저기서 코 푸는 소리가 들렸다.
신혼 때였다. 친구네 부부가 이사를 한다는데 남편이 웬 이사 도우미를 자처했다. 이사란 업체 불러서 하는 거고 집주인은 자장면만 시키면 되는 줄로 알았던 나는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물냉면 에피소드는 직접 읽어보셔야 한다. 신성미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도 정말 재밌다. 물냉면 에피소드에는 우리 부부도 슬쩍 등장한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읽어보시면 되겠다.
아무튼 재미로 가득하지만, 또 너무 가볍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으면서 적재적소에 웃음 버튼을 심어놓은 상큼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위스 사회에 풍덩 빠졌다 나오게 되고, 책을 금방 다 읽게 된다.
스위스 여행은 다들 많이 다녀 오셨을 거다. 알프스 정상에서 신라면도 한 번쯤 드셔봤을 거다. 그렇지만 스위스 사회는 여행지 또는 관광지 스위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이고, 어느 사회나 그렇듯 우리가 참고하고 배울 게 많은 사회다. 그 사회를 차분히, 그러나 유쾌하게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들께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What I’m writing - 미국 대법원 “노숙자는 불법?” 구두변론
이번주 스브스프리미엄에는 노숙을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게 정당한가를 두고 대법원이 심리 중인 사건에 관해 글을 쓸 예정이다. 뉴욕타임스 칼럼은 노숙자를 쫓아내기로 한 도시의 법 집행이 가혹하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시 정부나 지방 정부의 하소연도 일리가 있어 같이 살펴보려 한다.
이번주 스브스프리미엄에는 또 다른 절친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의 칼럼도 실었다.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함에도 여전히 쉬쉬하거나 문제를 드러내기 주저하는 한국 사회를 향한 고언을 담은 글이다.
News I follow - 미국 의회, 틱톡 금지 법안 통과
실은 프린스턴에서 온 편지에 이 이야기를 쓰려 했는데, 어제 앉은 자리에서 손에 잡은 “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을 떼지 못하고 다 읽느라 못 썼다. 틱톡 이야기는 다음 번 편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