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막음용 뒷돈을 지급해 선거법을 위반하고 유권자들을 속인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진행된 재판에서 뉴욕 맨해튼 출신 배심원 12명 전원이 “34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라는 평결을 내렸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것도, 재판이 열린 것도 처음이니,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난 것도 당연히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 언론이 온통 속보, 호외를 내고 있어서 짧게나마 프린스턴에서 온 편지에서도 속보를 정리했다.
미국 형사 재판의 유죄, 무죄 여부는 판사가 아니라 배심원단(jury)이 결정한다. 이번 사건도 재판이 열린 맨해튼에 사는 시민들 가운데 배심원단이 꾸려졌고, 이들이 이틀간 심리를 진행한 끝에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아메리카노 최근 에피소드에서도 트럼프 재판 이야기를 다뤘다.
사실 이 사건은 소위 혐의가 “똑 떨어지지 않는” 애매한 사건이다. 원래 돈거래라는 게 복잡하게 얽혀 있기 마련이고, 설사 돈의 흐름을 이해하더라도 그래서 포르노 배우와 혼외 성관계를 한 사실을 숨기려고 뒷돈 13만 달러를 지급하고 그 기록을 위조한 게 (특히 트럼프 같은 도덕적 고결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감옥에 갈 만한 범죄인지 다투다 보면 가끔 현타가 오기도 했다.
과연 이게 트럼프에게 물어야 할 가장 큰 범죄가 맞나? 자기가 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뒤집으려고 개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미국 헌정을 짓밟은 의사당 테러를 방조하고 사실상 부추긴 죄를 먼저 다루는 게 맞지 않나?
그러든 말든 맨해튼 지방검사장 알빈 브래그는 뚝심 있게 “범죄 사실을 밝혀내면 이를 재판에 부쳐 죄를 묻는 게 우리 일”이라며 기소를 예정대로 진행했고, 11월 대선 전에 아마도 유일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진짜 판결은 11월 5일, 미국 국민이 내릴 것이다”
당장 나오는 질문은 그래서 11월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일 것이다. 우선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고 설사 감옥에 갇혀 있더라도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출마할 것이다. 미국 헌법에는 중범죄자의 대통령 출마를 막는 조항이 없다. (35세 이상, 미국 시민이며, 최근 14년간 미국에 거주한 사람이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
트럼프가 출마하는 건 확실한데, ‘범죄자 트럼프’가 유권자의 표심에, 나아가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마도 투표함을 열어볼 때까지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민주당과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자신을 향해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배심원단 평결을 듣고 법정을 나서다 방송국 카메라 앞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을 맡은 후안 머친 판사가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한 뒤 “진짜 판결은 오는 11월 5일, 미국 국민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민이 왜 형법을 어긴 중범죄자에게 투표해야 하는지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를 정치적인 의도로 기소한 검찰과 기득권 세력을 싸잡아 비난하며, 지지자들에게 모금을 호소했다. 반대로 바이든 캠프는 사법 정의를 구현하는 일뿐 아니라 11월 투표에서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심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갈수록 올해 대선이 모든 걸 다 건 건곤일척, 끝장전이 되는 느낌이다.
트럼프는 정말로 감옥 갈까?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토대로 최종 선고를 진행하는데, 선고 기일은 7월 11일로 잡혔다.
최종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트럼프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투옥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고, 형량과 관계없이 트럼프 측은 항소할 것이다. 법정 다툼을 계속 이어가며 민주당이 자신을 향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갈 것이다.
이번 판결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것을 벌써 쓰다니 지나치게 부지런하신것 아닌가요! 😮